축구에서 골이 터지려면 좋은 어시스트가 필요하다. 많으면 수백 번의 패스를 통해 골 하나로 완성되는 과정이 바로 축구의 미학이 아닐까. 골대를 향해 전진하는 공격수가 있다면 그 뒤로 미드필더와 수비수도 있고, 골대를 지키는 골키퍼도 있다.
방송도 다르지 않다. 어떤 일이든 함께 하는 일에는 조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방송 제작진들도 출연진들의 케미스트리(조합)를 늘 생각한다. 마치 축구에서 훌륭한 어시스트를 받아 골로 연결하는 것처럼 방송에서도 주고받는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혼자 아무리 좋은 멘트를 던져도 받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
이천수 역시 앞서 방송을 통해 ‘콤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에서 캐릭터를 잡는 것은 필수. 최근 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있냐고 물으니 캐릭터를 잡는 것도 누군가와의 합을 통해 탄생한다고 했다. 즉 ‘라인’이나 ‘콤비’는 이제 필수라는 것.
이하 이천수와의 일문일답.
-예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캐릭터가 필요하지 않나요?
△십만 명까지 경기장을 메운 상태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했는데, 방송에 오니 판이 완전 달랐어요. 최근에는 ‘스타킹’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강)호동이 형과 특이가 이끌어주는 게 많은 힘이 됐죠. 방송에서 궁합도 굉장히 좋아야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어요. 만약 어떤 멘트를 하나 던졌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면 그 다음부터는 방송이 힘들어지는 거죠. 결국 캐릭터보다 라인이 중요한 것 같아요. 캐릭터는 한순간이지만 라인은 평생 가죠.
-유재석과 박명수, 김성주와 안정환 등 연예계에는 여러 콤비가 존재합니다. 이천수 선수에게도 희망하는 라인이나 콤비가 있나요?
△역시 털라인(김흥국)입니다. 정말이지 하나의 골을 위해서 삼천 개는 던지시는 것 같아요. 주제가 다른데 말도 안 되는 것도 다 던지세요.(웃음) 흥국이형과는 축구할 때부터 봐왔으니까 아무래도 편하죠. 지금은 옆에 와서 이쯤에서 멘트를 던지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세요.
또 (강)호동이형도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멘트를 치면 무조건 받아주세요. 감사하죠. 예전에 ‘아는 형님’에 출연했을 때 막 던졌는데 호동이형이 그게 너무 재밌으셨나 봐요. ‘스타킹’에 나오라고 콜을 주셨어요. 녹화할 때마다 형과 함께 하니까 너무 재밌어요.
-김흥국 씨와 주고받는 재미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원래 흥국이형이 막 던지면 다들 당황하는데, 저는 많이 당해봐서 당황을 안 하니까 재밌는 게 아닐까요? ‘능력자들’에 나갔을 때였어요. 흥국이형에게 주어진 질문이 ‘축구선수들 아버님들과 친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최근 박지성 아버님과 연락을 안 하신다고 한다’는 거였는데, 흥국형은 ‘그렇게 됐어요’라고 말했죠. 그때 제가 ‘죄송한데 사이가 안 좋으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저희 아버님은요?’라고 물으면 ‘연락이 없어’ 이렇게 얘기가 진행되는 식이죠. 언제 껴야하는지 몰랐는데, 하다보니까 알게 됐어요.
-예능인이 돼서 김흥국 씨를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지 않나요?
△흥국이형 참 괜찮은 사람이다 실감하고 있죠. 반대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축구할 때는 막연히 ‘왜 음악을 하면서 굳이 또 축구를 좋아할까’라고 생각했던 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떻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자기 돈을 들여가며 축구를 좋아해줄까’로 바뀐 거죠. 그걸 흥국이형도 아니까 좀 통하는 것 같아요. 저는 흥국이형의 축구 사랑을 들어주고 함께 축구 얘기하면서 더 돈독해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스타킹’에 대한 애정도 상당할 것 같아요.
△많이 배우게 된 프로그램이라 아무래도 각별하죠. 예전엔 무대 위에 나가서 춤추라고 하면 못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춤도 춰봤죠. 계속해서 다른 것도 배워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지치지 않게 방송을 넓게 끌어나가는 것이 무엇인지도 배우고 있어요. 나중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MC도 할 수 있는 건데 방송 하나를 이끌어갈 힘을 차근차근 배워요. 이제는 앉아서 얘기하는 건 편해졌죠. 사실 90분 뛰던 사람이 4시간 동안 녹화하려니까 집중력이 흐트러지곤 했는데 몸도 녹화시간에 적응된 것 같아요. 체력은 워낙 좋으니까 이런 쪽에선 잘할 수 있어요. / besodam@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