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고학력 엘리트’인데 아직 연출 경력이 길지 않은 탓에 어리바리한 구석이 있다. 뭔가 열심히 하는데 웃음이 터지는 실수와 귀여운 매력이 있는 예능 ‘막내 라인’ PD들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가장 맹활약 중인 ‘막내 라인’ PD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모르모트PD’라는 별명이 있는 권해봄 PD다. 여자 스타들과 호흡을 맞출 때마다 동그란 안경과 눈이 유독 부각된다. 어딘지 모르게 불쌍하게 보이는 몸집과 표정, 늘 몸으로 배우는 일을 하다 보니 당황하는 일이 한가득이다. 1년 넘게 방송에 주기적으로 출연하다보니 웬만한 예능인을 기죽이는 재치를 갖췄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쌍한 외모로 인해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해에는 아이돌 스타들이 잔뜩 모여 체육대회를 하는 ‘아육대’에 출연했다.
tvN ‘신서유기2’에는 전국 상위권만 간다는 서울대 출신 양정우 PD가 있다. 심지어 공대 출신이다. 판다 소개하는 방송에서 목소리 출연을 한데 이어 은지원과 UFO의 존재 여부에 대해 심오한 토론을 벌였다. 은지원의 막무가내 억지에 잠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과학적인 논리를 앞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분명히 양 PD 역시 권 PD와 마찬가지로 똑부러지나,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제작진을 꺾겠다고 마음을 품은 은지원을 당할 수는 없었다. 한국 식당을 찾아 돌솥비빔밥을 먹어야 하는 경기에서 은지원에게 숱한 구박을 당하며 짠한 감정을 유발했다.
본격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PD가 나타났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막내 연출자 주종현 PD가 주인공. 유호진 PD의 휴가로 인해 연출을 맡은 주 PD는 예능 선수인 멤버들의 짓궂은 장난에 너덜너덜하게 됐다. 현장 연출 경험이 많지 않아 벌어진 실수로 두고 두고 놀림을 당하고, 차태현과 데프콘 등 멤버들의 불만 토로에 당황하는 일이 많이 생겼다. 지난 5일 방송에서 첫 출연을 한 주 PD는 어설픈 연출로 돌발상황 속에 재미를 만들어가는 ‘1박2일’의 재미를 한껏 높였다. 현재의 연출자인 유호진 PD가 나영석 PD 연출 시절 KBS 지리도 모르던 막내 시절 강호동의 몰래카메라에 크게 당했듯이 주 PD 역시 연출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막내 라인 PD’들은 하나 같이 능구렁이 같은 예능인에게 당하면서 재미를 안긴다. 전문 예능인이 아니기에 이들의 솔직한 ‘리액션’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재미를 높인다.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철두철미한 연출자의 모습이 아닌 아직 성장 단계이기 때문에 다소 어리바리한 매력을 보여준다. 많은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PD의 근엄한 모습을 깨부수는 어쩔 수 없는 반전 매력은 안방극장의 큰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KBS-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