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5G 3승1SV1홀드 ERA 1.74
시즌 초반 마음고생도 훌훌 털어내
"저 때문에 불펜에 과부하가 걸려서, 너무 미안했죠".

지난달 5일 문학 SK전. 한화 투수 심수창(35)은 6-17로 크게 뒤진 6회 구원등판했다. 이미 승부가 SK로 기울었고, 남은 이닝은 승패와 무관한 가비지 타임. 심수창은 3이닝 동안 61개의 공을 묵묵히 던졌고, 경기는 6-19 한화의 대패로 끝났다. 투수라면 누구라도 던지기 싫은 그 상황, 알고 보니 심수창이 스스로 요청한 것이었다.
그는 "그 전날 선발투수였는데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내려갔다. 나 때문에 우리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다. 구원투수들이 많이 지쳤고, 팀과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나도 구원으로 오래 던져봐서 그 마음을 잘 안다.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등판을 요청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심수창은 지난겨울 4년 총액 13억원에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때 독감에 걸려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손가락 물집 문제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4월19일 뒤늦게 1군 복귀했지만, 이미 팀은 하염없이 추락 중이었다. FA 이적생으로 팀 성적 부진에 마음의 짐을 안고 있었다.
1군 복귀 후 선발로 인상적인 투구를 몇 차례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고,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그는 "초반에는 마음고생을 했다. 컨디션도 안 올라오고, 어느 보직이든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전부 내 잘못이었다"고 돌아보며 자책했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 3승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반전을 쓰고 있다. 10⅓이닝 2실점으로 한화 투수 중 가장 인상적인 투구. 특히 3일 대구 삼성전 2이닝 무실점 구원승에 이어 이튿날 삼성전에도 3이닝 1실점 세이브로 시리즈 싹쓸이와 4연승 질주 발판을 마련했다. 구속이 상승했고, 포크볼도 날카롭게 떨어진다.
심수창은 "트레이닝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주신 덕분에 컨디션이 올라왔다. (김성근) 감독님께서도 지난 롯데전(5월28일) 경기 중 덕아웃에서 직접 투구 밸런스를 잡아주셨다. 이전까지 왼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킥 동작이 너무 빠르다고 하셨다. 동작을 천천히 한 뒤로 밸런스가 잡혔다. 더 자신 있게 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굴곡진 야구 인생을 걸어온 심수창이라서 그럴까, 요즘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를 보는 듯하다. 특히 4일 삼성전에서는 투수 앞 번트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무릎을 꿇고 멍하니 있었다. 그 후 병살과 삼진을 잡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고, 오른 주먹을 쥔 채 팔을 돌리는 그림 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팔이 아플 것 같아 세리머니를 힘 있게 하지 못했다"며 웃은 뒤 "나 때문에 팀이 질 뻔했다. 번트 타구를 놓친 뒤 그렇게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는 줄 몰랐다. 너무 멍했고, 긴장해서 그런지 힘이 풀렸다. 의도치 않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