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두와 녹색지대, 역시 환상의 듀오였다. 아무리 10년 전 활동했을 때 불화가 있었어도 다시 만나 노래하니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
지난 7일 방송된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는 이영현과 손승연이 쇼맨으로 나선 가운데 더 자두와 녹색지대가 ‘슈가맨’으로 소환된 내용이 전파를 탔다.
더 자두와 녹색지대의 히트곡 전주가 나오자마자 방청석에서는 수많은 불들이 켜졌다. 이들 모두 활동 다시 큰 인기를 끌었던 그룹이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먼저 더 자두는 ‘대화가 필요해’를 부르며 등장했다. 10년여 만에 듣는 노래에 방청객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더 자두의 강두와 자두는 오랜만에 함께 무대에 서는 건데도 담담하게 대화를 나누며 노래하는 호흡이 ‘역시’라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자두와 강두는 과거 활동 당시 사이가 좋지만은 않았다. 자두가 강두 때문에 종교가 생겼다고 했을 정도니 두 사람의 사이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강두는 더 자두의 콘셉트가 맞지 않았고 방송하기가 싫어 펑크를 많이 냈다고 고백했다. 이에 자두는 “덕분에 그 시간을 겪고 나서 신앙이 생겨서 남편을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자두가 강두에 대해 쌓인 게 많았다. 자두는 “방송시간까지 안 나타났다. 펑크 낸 후 미안한 기색이 없이 나타났다”며 “나타날 때 검정색 비닐봉지에 생라면과 만화책, 육포를 넣고 비닐봉지를 돌리면서 나타났다. 나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 비닐봉지를 찢어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강두는 자두가 말할 때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지금 생각하니까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히트곡 메들리 무대를 선보일 때는 또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김밥’과 ‘잘 가’를 부를 때 안무까지 맞췄고 무대를 오가며 때밀이 춤까지 춰 환호를 받았다.
녹색지대도 더 자두와 마찬가지였다. 녹색지대의 권선국과 곽창선은 활동 당시 더 자두처럼 사이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곽창선은 “권선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 안 좋았다. 한살차이인데 10년 된 선배처럼 닦달했다. 군기잡고 그랬다. 오죽하면 담배를 내가 끊었다. 심부름을 그렇게 시켰다. 잦은 심부름에 금연까지 했다”고 했고 권선국은 “차를 따로 따로 타고 다녔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래도 노래할 때만큼은, 12년이 지난 후에도 호흡과 하모니는 여전했다. ‘준비 없는 이별’을 비롯해 ‘내가 지켜줄게’, ‘사랑을 할 거야’를 불렀는데 두 사람이 선보인 하모니는 놀라웠다. 특히 권선국과 곽창선은 노래 중간 과거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았던 수많은 감정을 털어내는 듯한 진한 악수를 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사이는 안 좋았어도 10여년이 지난 후에도 그때의 호흡은 지금까지도 남아있었다. 오히려 지금 활동 당시 섭섭했던 마음과 상처받았던 마음을 다 털어놓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나니 이들 듀오의 케미가 한층 더 강화된 듯한 모습이었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슈가맨’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