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이 드라마의 제목은 중의적이다. 오해영이라는 이름 때문에 얽히고 설킨 동명이인의 이야기임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 모두 오해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회를 거듭할 수록, 두 가지 뜻을 품은 제목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tvN ‘또 오해영’에서는 그냥 오해영(서현진 분)과 한태진(이재윤 분)의 파혼 배경에 박도경(에릭 분)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앞서 박도경의 예비 새아버지 장회장(강남길 분)은 한태진에게 투자했던 돈을 돌연 회수하며 그를 궁지에 몰았다. 결국 구속 위기에까지 처한 한태진은 약혼녀 오해영에게 “밥 먹는 게 꼴보기 싫다”는 최악의 멘트를 날리며 이별을 고했다. 장회장의 투자금 회수에는 박도경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여태까지 알려진 한태진과 오해영의 파혼 이유다.
박도경이 장회장에게 투자금을 뺄 것을 제안했던 데부터 오해가 있었다. 박도경의 약혼녀였던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이 결혼 전날 잠적했고, 미친 사람처럼 사랑하던 사람의 자취를 찾던 박도경이 발견한 것은 한태진과 함께 서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사진이었다. 오해영이 한태진 때문에 마음이 변했다고 오해한 박도경은 복수를 결심했고, 그리도 꺼려하던 장회장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그와 예쁜 오해영의 파혼은 박도경의 엄마 허지야(남기애 분)가 꾸민 일인데도 말이다.
장회장과 박도경, 이진상(김지석 분) 밖에 모르던 사실은 점점 베일을 벗으며 모두에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태진은 박도경이 그냥 오해영을 꾀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오해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이 이야기의 전말이 폭로된 결과는 몹시도 참혹했다. 평생을 ‘오해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았던 그냥 오해영은 멘탈을 회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박도경은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한태진은 영문도 모른 채 모든 것을 잃은 셈이 됐다. 이 잔혹극에 얽힌 이들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모든 것이 뒤집혔다. 장회장이 한태진에게 투자했던 돈을 뺀 이유는 한태진의 동료가 사업 건전성을 악화시켰기 때문이었다. 냉정한 장회장에게 박도경의 부탁 따위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장회장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을 뿐이었다. 박도경은 모든 혐의를 벗었지만, 이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이 같이 오해에 오해가 중첩되며 극 중 인물들은 모두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렸다는 죄책감과 자신이 얼마 후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은 박도경으로 하여금 그냥 오해영을 밀어내게 만들었다. 허탈한 표정으로 보리밭에 누운 박도경은 자신의 죽음을 알려줬던 환시를 또 다시 본다. 새로운 미래들 틈틈이, 오해영의 모습은 곱게 말린 단풍잎 책갈피처럼 끼어 있다. 떠올릴 수록 솟아나는 눈물을 닦고 박도경은 그냥 오해영에게로 직진하기로 했다. 무소의 뿔처럼 과속하는 박도경이 어쩐지 불안하지만, 그래도 이 짠한 커플의 행복을 기원하게 된다. 어쩌면 박도경의 환시마저도 오해였을지 모르니. /bestsurplus@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