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불행.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지는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며 시청자들을 TV앞에 불러 앉히는데 성공했다. 9.353%(닐슨코리아 제공·케이블플랫폼 기준)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12회 연속 자체 최고를 경신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남자 주인공 박도경(에릭)의 죽음이 암시되면서 이제는 ‘미스터리 로코’라고 불러도 좋을 판인데 초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선택을 달리 할 타이밍이 온다’고 적혀있다. 지지부진한 인생 속에서 미래가 보이는 한 남자가 인생을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것. 여자 역시 무조건적인 행복을 외치며 다른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다고.
12회까지의 극 흐름을 보면 두 사람의 말하는 ‘선택’이란 게 또 다른 사랑인 듯싶다. 도경은 전 여친인 잘난 오해영이 아닌 매력 넘치는 못난 오해영을, 그런 해영은 자격지심을 없애고 그 남자를 만나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시청자들 역시 도경과 해영의 행복한 만남과 사랑을 바라고 있다.
기획 초반 연출을 맡은 송현욱 PD는 ‘동명’ ‘오해’ ‘로맨스’라는 세 단어로 드라마를 압축 설명했다. 사랑도 일도 적당히 해본 평범한 서른두 살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오해가 있더라도 현실을 기반한 사랑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허나 미래를 보는 도경의 데자부 능력 때문에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과 이별을 암시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새드 엔딩이 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초반의 의도에서 방향을 튼 것인지, 2회 차가 늘어났기에 극적 재미를 위해 밑밥을 깐 것인지 알 수 없다. 종영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은 영화와 달리, 극중 주인공을 마치 자신이 겪는 일처럼 상황을 대입하고 감정을 올인(All-in)하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이 되길 하나같이 염원하고 있다. ‘또 오해영’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전작 KBS2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이하 ‘올미다’)처럼 말이다.
‘올미다’는 노처녀의 삶을 현실적이고 코믹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충분히 현실에 기반해 있으면서 그 안에 익살을 풀어냈던 것. 예지원, 지현우, 김영옥, 김혜옥, 임현식 등 배우들의 코믹 연기도 돋보였다. ‘또 오해영’의 서현진, 예지원, 김미경, 이한위, 허정민 등을 배치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올미다’나 ‘또 오해영’이나 결혼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며 보통의 30대 여성들의 사랑 이야기를 내세운 것이다. 우리 주변에만 봐도 결혼에 목을 매는 여성도 있지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은 여성 역시 결혼을 가장 부담스런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풀어냈다.
사실 새드엔딩이든 해피엔딩이든 상관없다. 현실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사랑을 더 더욱 찾기 힘들기 때문에 슬픈 결말이 되레 현실적일 수 있다. 박해영 작가와 송현욱 PD가 충분한 회의를 거치겠지만, 시청자들이 남녀 주인공의 평범하고 행복한 결혼을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 tvN·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