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라는 우화가 있다. 작품 속 개미는 부지런하게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여름 내내 놀기만 하는 베짱이와 비교돼 개미는 더욱 성실해 보인다. 우화에서도 그렸듯이 개미는 근면함의 상징이다. 이에 24시간이 모자라게 부지런히 사는 사람을 보면 주로 ‘개미같다’고 비유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도 개미처럼 매일을 충실하게 사는 역대급 남녀가 출연하고 있다. 김동완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김반장과 지숙(레인보우)이 이에 해당한다.
김반장의 등장은 센세이션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집은 마치 딴 세상에 온 느낌을 줬다. 북한산에 자리한 김반장의 보금자리는 불편함을 미덕으로 하고 있었다. 아니, 불편하리란 생각을 뒤집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삶의 여유가 김반장에겐 있었다. 과거 우리가 살았던 방식을 고수하는 탓에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지만, 여유가 넘쳤다.
약수를 뜨기 위해 남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산에 올랐다. 온수도 나오지 않지만 괜찮았다. 필요하다면 직접 물을 끓이면 되니까. 배가 고프면 텃밭에서 가져온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요즈음이지만 김반장에게 독특한 점이 있다면 여전히 이웃과 소통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마을 주민들을 마당으로 초대해 함께 조촐한 파티를 여는 모습은 잃어버린 과거의 ‘마을 잔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무지개 라이브’ 코너로 소개된 후 계속해서 그의 삶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컸고, 이내 고정멤버로 발탁됐다.
확실히 신선했다. 독신남녀라고 하면 흔히 상상하는 화려함과 세련됨의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 말이다. 이 점은 ‘나 혼자 산다’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와도 연관돼 있다. 섭외과정에서 연예인의 화려한 삶보다는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이 있어야 함은 늘 고수하고 있는 제작진의 신념. 위화감을 형성하는 다른 관찰 리얼리티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한 방송관계자에 따르면, 제작진은 김반장의 삶에 대한 관심을 밴드 윈디시티로서도 확대할 예정이다. 밴드 멤버들은 평소 김반장의 집에 있는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고, 마당으로 나와 함께 식사를 하는 자연 친화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 이러한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나 혼자 산다’ 방송을 통해 소개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여자판 김동완이 나타났다. 그것도 걸그룹 멤버다. 요리부터 자동차, 전자기기까지 능숙한 파워블로거 지숙이다. 지숙은 지난 3일 방송된 무지개 라이브 코너를 통해 일상을 공개했다.
눈을 뜨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그녀의 일상을 단번에 가늠케 했다. 하루의 시작은 늘 계획을 세우면서였다. 그리고 이를 하나하나 이행해 나가는 실천력까지 돋보였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지숙. 모르는 것이 생기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찾고 배워서 하고 마는 승부사 기질도 보였다.
이런 아이돌이 또 어디 있을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빽빽한 일정이 감탄을 자아냈다. 하루 일정은 흰 빨래하기, 블로그 이벤트 당첨자 선물 보내기, 박람회 가기, 국전(국제전자센터)가기, 에어컨 필터 갈기, 선풍기 꺼내기. 하루 동선이 어떻게 움직여지는지 지도로 그려보면 더 실감이 날까. 누군가는 일주일동안 할 일을 하루에 다 해냈다고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될까. 심지어 집에 돌아와서 야식을 선보이고 아버지와 통화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가 했더니 게임으로 마무리했다.
역대급 똑순이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앞장서서 고정을 외치고 있는 상황. 관계자에 따르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지숙과 한 차례 더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신선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출연진들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나혼자산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