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는데, 크면서 아들과 점점 멀어졌다는 김정훈 아버지의 고백은 왠지 익숙하다. 나이가 들 수록 애정 표현에 인색해지는 부모와 자식 사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과 단 둘이 떠난 여행에서 그간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마음껏 보여준 김정훈 아버지의 모습은 뭉클했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아버지와 나’에서는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난 김순명·김정훈 부자의 모습이 공개됐다.
‘아들 바보’ 아버지의 모습은 방송 초반부터 시작됐다. “자식을 잘 둔 덕에 TV 출연도 한다”며 “죽고 몸은 가도 영혼은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김정훈은 “그런 얘기 좀 하지 마라”라고 질색했지만, 그 의미만은 전파를 타고 절절히 전달됐다.
“똑똑한 우리 아들도 영어를 못 하는데 마오리족은 어쩜 저렇게 영어를 잘 하냐”는 은근한 자식 자랑도 쭉 이어졌다. 제작진이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김정훈의 흉을 장난스레 보자 “시험 치면 늘 1등 하는 걸”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팔불출 면모가 웃음과 감동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여독 탓에 잠에 취한 아들이 안쓰러워 깨우지도 못 한 채 숨을 죽인 아버지의 모습도 짠했다.
갑작스레 손을 잡아 오는 아버지가 어색해 말을 돌리며 손을 빼는 김정훈의 모습은 자못 현실적이었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아버지의 감정적이고 약해진 모습이 그에게 놀라움으로 다가갔던 듯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내 과감했다. 일곱 살 때의 김정훈을 대하는 것처럼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를 치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아들의 인생 속 중요한 결정에서 매번 반대하는 역할만을 도맡았던 아버지는 그의 행동들을 ‘아버지로서의 빈 곳’이라 말했다. 과학고에 가고 싶었던 김정훈에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라고 말했고, 가수를 한다고 했을 때도 노발대발했으며, 힘들게 들어간 치대를 그만둔다고 했을 적에도 반대를 했다는 아버지는 그 시절 채 나누지 못한 마음들을 안타까워 했다.
그 빈곳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살점이라도 떼어 주겠다는 아버지의 절절한 부정이 애틋하고 뭉클했다. 아직은 서먹해 보이지만, 김정훈의 마음도 아버지처럼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아버지와 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