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로맨스’ 황정음의 눈빛이 말한다. 어찌나 홀로 힘겨운 날을 살았는지, 미신밖에 믿을 데가 없는 청춘의 쓸쓸함을 담았다. 그렁그렁한 눈빛을 볼 때면 시청자들의 마음도 아리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 6회에서는 심보늬(황정음 분)가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보름달이 떴다.
보니는 ‘번개’를 생각했다. 그녀의 주변에 유일한 호랑이띠 남자는 제수호(류준열 분)가 유일했기 때문. 수호는 보늬의 요청을 거절했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보늬가 떠올린 건 인터넷에서 사람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보늬에게 세상은 한 번 더 냉담했다.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역시 또 아무도 없었던 것일까. 번개를 통해 만난 남자는 패거리들과 함께 몰래카메라를 작당했던 것. 큰일을 당할 뻔한 보늬를 구해준 건 수호였다. 수호는 보늬에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경찰에게 신고해 일당을 잡아들이고 자리를 떴다.
보름달이 뜬 날, 보늬는 정차 없이 거리를 걷다 동생이 있는 병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마주친 건 의외의 인물인 수호였다. 두 사람은 복도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장면으로 6회를 마무리 지었다.
아무런 말도 없었고 눈빛만 주고받았을 뿐인데 두 사람의 눈맞춤은 그 어떤 스킨십보다 더욱 심장을 떨어뜨릴 만큼 설렜던 장면이다. 특히 보늬는 이날 있었던 일까지 더해 세상 끝 벼랑에 서 있는 기분을 느꼈을 터다. 자신은 이토록 절박한데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그런 느낌일 것.
이때 마주친 것이 수호였다. 수호가 이미 다른 방식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는 걸 보늬도 조만간 깨닫게 되지 않을까.
황정음은 그런 보늬의 절망적인 감정과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신을 만나러 와준 수호에 대한 감정을 눈에 모두 담아냈다. 앞서 여러 작품을 통해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그녀. 눈물 한 방울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밤, 숨죽인 복도에서의 두 눈은 오랫동안 생각이 날 것 같다. 아마 일주일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도 말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운빨로맨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