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와 마동석이 코미디 장르 부활을 위해 뭉쳤다. 백치미 넘치는 여배우와 그를 엄마처럼 돌보는 섬세한 감성의 육체파 스타일리스트.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는 시종일관 코미디 영화를 코미디 영화답게 만들었다.
지난 9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은 유쾌하면서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은 깔끔하게 균형이 잡힌 코미디 영화였다. 기본적으로 '울고 웃기는' 충무로 영화의 흥행 법칙을 따랐지만,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새로웠다.
'굿바이 싱글'은 철없는 40대 여배우 주연(김혜수 분)이 엄마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한 편의 소동극이다.
주연은 "없는 배역도 만들어 낼" 정도로 힘 있는 배우지만, 끝없는 스캔들로 비호감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인물. 사귀고 있던 연하의 신인 배우에게 이용만 당하다 배신을 당한 그는 "영원한 내 편"을 만들겠다며 남자가 아닌 자녀를 얻을 방법을 강구하고, 그러던 중 시크한 중학생 단지(김현수 분)와 얽히게 된다.
얼핏 보면 마동석과 김혜수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으나 속을 까보면 극과 극 환경에 사는 두 여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마동석은 극 중 주연의 '불알 친구'이자 해외파 스타일리스트 평구 역을 맡았는데, 김혜수와 '절친 케미'를 폭발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마동석 특유의 애드리브인 듯 아닌 듯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한 대사 처리가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그 뿐만 아니라 자상한 성격의 평구는 사실상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엄마들 중 가장 엄마 같은 인물인데, 거친 이미지의 마동석의 반전 연기가 웃음포인트다.
김혜수와 함께 또 다른 여주인공 단지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현수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어른들의 무책임함과 이기심에 상처 받았지만,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려 노력하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어린아이 같은 주연 캐릭터와 대조되는 시크하고 담담한 애어른 연기가 일품.
역시나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여주인공 김혜수의 힘을 뺀 연기다. tvN '시그널'에서 차수현 형사로 이지적이고 터프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어디엔가 있을 법한 안하무인 여성 캐릭터를 섬세하게 소화했다. 뉴스 신에서 선보이는 백치미 연기는 영화의 백미다. 철부지 여배우를 실감나게 묘사한 그는 실제 한 여배우를 모델로 잡아 연기를 했다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그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았다. 여배우 역을 맡은 만큼 화려한 의상과 미모도 영화가 주는 볼거리다.
조연 및 카메오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얼굴이 반갑다. 마동석의 아내로 등장하는 상미 역의 서현진, 김혜수의 연하 연인으로 등장한 곽시양을 비롯해 김혜수의 매니저 역 황미영과 국민 뉴스 앵커 이성민 등은 영화 곳곳을 받쳐주며 활약을 보인다.
'굿바이 싱글'은 여러모로 차태현·박보영 주연의 히트작 '과속스캔들'과 비슷한 면이 많다. 철없는 연예인과 대안 가족 등의 소재를 내세운 점이 그렇다. 따뜻하면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은 이 영화가 충무로에서 코미디 장르의 심폐소생에 성공할 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사진] '굿바이 싱글'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