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불문하고 여성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여주인공에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대입하면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드라마를 보는 묘미랄까. 그녀가 행복하면 왠지 나도 행복해지는 것 같고, 슬퍼서 울면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젊은 여성 시청자들이 요즘 한창 심취해 있는 tvN 월화극 ‘또 오해영’ 속 평범한 오해영은 모든 점에서 특별할 게 없는 점이 공감대를 높인 것도 있지만, 연애에 있어서 적극적인 면모가 부러움을 자극한 면이 크다. 일명 ‘들이댔는데 성공한 여자’. 좋아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고백했고 결국 이뤄진 것이다.(현재 결말은 안갯속이지만)
현실에 대입해보자면 오해영처럼 남자에게 대놓고 고백하는 여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호감남이 먼저 고백해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 말이 나오게끔 유도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남자들도 적극적인 여자를 부담스러워한다든지, 극중 대사처럼 ‘쉬운 여자’로 볼 가능성이 높아 여자 입장에선 끝을 볼 각오를 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평범한 오해영은 출중한 스펙과 빼어난 비주얼을 가진 박도경(에릭 분)에게 지속적으로 들이댔고, 결국 그의 마음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평범하고 소심한 여자들이 차일 것을 감안하고 고백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인데 일종의 들이대는 여자 판타지를 만든 것이다.
판타지는 드라마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만들어내는 허황된 공상이자 시청자들의 보편적인 욕구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가상의 세계지만 그곳에서 나오는 판타지에 깊숙이 몰입하면서 감동과 재미, 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더불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일탈도 느낀다. 이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며 지속적으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것이다.
캐릭터에 녹아든 에릭과 서현진의 호연 덕에 보는 재미가 높아진 덕분이겠으나, 한 번쯤 생각해봤던 적극적인 여자의 모습을 보고 판타지에 빠지니, 그 맛에서 쉽게 해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해영은 늦은 밤 바닷가에서 서울로 올라가려는 도경의 팔을 붙잡고 가지 말자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10일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보는 남자의 시선은 물론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사랑으로 그려지지만 그 이면의 메시지는 편견을 극복하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따라서 ‘또 오해영’의 성공은 남녀 관계를 그리면서 사적인 멜로가 아니라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의미를 담는 이른바 사회적 멜로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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