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흔들어놓고 있는 보이그룹 엑소의 리더 수호. 수백 번 무대에 올랐을 그이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멤버들 없이 선 무대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렸다는 것이 파트너 이세린의 증언. 이에 새로운 기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만큼 이 무대에 대한 수호의 마음가짐은 ‘데뷔 무대’를 버금갔다.
수호는 지난 1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무대를 가졌다. 멤버들 없이 홀로 방송에서 노래를 부른 건 처음이다.
게다가 홀로 무대에 올랐어도 충분히 긴장됐을 텐데, 일반인 출연자까지 리드하며 일주일 만에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건 쉽지 않다. 이는 모든 프로 가수들이 다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수호는 여기에 엑소의 컴백 준비까지 겹쳐 있었다. 녹화가 진행된 날은 지난 5월 30일. 컴백을 일주일 정도 남겨놓은 상황으로, 정말 컴백이 코앞이었다. 한창 바쁠 시기에 늦은 밤까지 듀엣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수호다.
심지어 수호는 파트너 이세린에게 컴백 준비 때문에 늦게까지 잡아두고 연습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조금 더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이었다. 앞서 걸그룹 AOA의 초아도 컴백 준비와 겹치면서 많은 시간을 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던 바.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도 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지만, 파트너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데뷔 후 첫 단독무대는 소찬휘, 양파, 바다, 나윤권 등 대선배들과 함께 경연했다. 이중 나윤권은 수호에게는 더욱 특별한 사람이다. 수호는 나윤권의 노래 ‘뒷모습’을 부르고 엑소가 됐다고. 꿈을 이루기 위해 수없이 듣고 또 들었을 목소리의 주인공과 한 무대에서 경연을 펼쳤다는 것은 그에게도 남다른 추억이 됐을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도 ‘듀엣가요제’ 무대는 데뷔무대라고 했다. 대중에게도 수호의 목소리에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룹 내에서 함께 노래할 때는 미처 몰랐던 수호만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들렸다. 성시경은 “괜찮은 신인이 나왔다”고 농담했지만, 그의 말대로 데뷔 4년 만에 또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던 기회였고, 그 자체만으로도 데뷔무대는 성공적이라 말하기 충분했다.
이제 누군가는 또 수호의 노래를 들으며 꿈을 키워나가지 않을까. / besodam@osen.co.kr
[사진] '듀엣가요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