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가 청소년관람 불가와 동성애라는 한계를 딛고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그동안 동성애를 소재로 다양하고 파격적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왔던 바, 그런 영화들에 이병헌, 조인성, 이준기, 황정민까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 ‘번지점프를 하다’(2001): 이병헌과 故 이은주 그리고 여현수
이병헌과 지금은 세상에 없는 이은주의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었다. 그동안 영화에서 수업이 다뤄졌던 환생과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동성애로 풀어내며 신선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이 된 서인우(이병헌 분)은 제자인 임현빈(여현수 분)에게서 첫사랑 인태희(이은주 분)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현빈은 그런 인우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둘의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적 상상력과 이은주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다.
◆ ‘로드무비’(2002) : 길 위에 선 황정민의 매력
‘로드무비’는 황정민에게 또 한 번 빠질만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길 위에서 사는 남자 대식(황정민 분)은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에서 길 위로 쫓겨난 남자 석원(정찬 분)을 돌보기 시작한다. 대식과 석원은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여행에 일주(서린 분)이 합류한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여행에서 대식은 석원을 사랑하고 일주는 대식을 사랑한다. 엇갈린 사랑 속에서 펼쳐지는 세 사람의 여행은 아슬아슬하고 불안하지만 그조차 매력으로 다가온다.
◆ ‘왕의 남자’(2005) : 아름다운 이준기를 발견하다
공길로 변신한 이준기만큼 예쁜 배우가 있었을까. 이준기는 ‘왕의 남자’를 통해서 주연급 배우로 확실히 발돋움했다. 광대인 공길(이준기 분)과 또 다른 광대 장생(감우성 분) 그리고 폭군 연산(정진영 분)의 정치와 사랑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당시 313개라는 적은 스크린 수에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경극부터 인형극까지 영화 속에서 광대로 변신해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던 이준기의 매력이 한껏 빛났다.
◆ ‘쌍화점’(2008) : 조인성&주진모, 비주얼만으로도 완벽했다
조인성과 주진모 모두 ‘쌍화점’에서 더욱더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여성을 품을 수 없는 왕(주진모 분)으로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호위무사인 홍림(조인성 분)에게 왕후(송지효 분)와 대리 합궁을 명한다.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든 홍림과 왕후를 바라보는 왕의 표정만으로도 안타까운 감정이 절로 일어난다. 홍림과 왕뿐만 아니라 왕의 호위부대로 등장하는 건룡위에는 심지호를 비롯해 임주환, 송중기, 여욱환 등이 출연했기에 그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아가씨’(2016) : 만개한 김민희와 탁월한 김태리
김민희의 미모를 칭찬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겠지만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정말 아름답다. 의상부터 분위기 그리고 일본어 발음 그리고 숙희(김태리 분)와 사랑을 나누고 남장을 한 장면까지 영화 내내 아름답다.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숙희를 연기한 김태리의 힘이다. 덜렁대고 욕심도 많지만 뜻밖에 모성애를 가진 반전매력을 지닌 하녀 숙희는 신인 배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연기를 펼쳤다./pps2014@osen.co.kr
[사진] OSEN DB. 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