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버블시스터즈보의 영지(35)가 아닌 '복면가왕'의 백세인생으로 더 유명하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 3라운드까지 진출해 주목받은 가수 영지. 벌써 데뷔 14년차 가수지만, 영지에게 요즘은 새롭다. '복면가왕' 출연 이후 더 많은 대중이 영지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됐고, 계획을 살짝 앞당겨 신곡도 발매했다.
영지는 버블시스터즈로 데뷔했지만 솔로 활동이 더 많은 뮤지션이다. 자신과 음악적 색깔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팀에서 나와 솔로 활동을 해왔다. 그 사이 사업가로도 승승장구 중. '복면가왕'을 통해 오랜만에 만난 영지는 그래서 더 반가웠다.
최근 신곡 '취한 건 아니고'를 발표한 영지는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섬세한 감정표현, 그리고 탄탄한 가창력으로 다시 한 번 음악 팬들의 마음을 적셨다. 영지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혔을 때의 시원한 쾌감이 있었다.
"예전에 비해 유연성이 있는 것 같아요. 긴장하고 겁나고 딱딱했어요. 공연이 있으면 밤새 머릿속에서 그 공연을 세 번씩 돌려봤고, 인터뷰가 있으면 전날 밤에 예상 질문을 생각했죠. 지금은 학교도 나가고 가게도 하면서 많이 바빠졌고, 오히려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고민할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여유로워졌어요."
방송을 통해서 영지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바빴다. 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사업가로도 성공해 사업 확장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싱글을 발표하고 드라마 OST 작업도 하면서, 콘서트로 팬들을 만나면서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이젠 더 활발하게 영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지난해 4월에 '영지 날다'라는 콘서트를 했어요. 나름 저 혼자 브랜드화 시키려고요(웃음). 정말 힘들었을 때인데 저에게 힘이 됐어요. 그때 임재범 선배님의 '비상'을 들으면서 버텼죠."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복면가왕' 출연은 신의 한수이기도 했다. 영지를 잘 모르던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음악, 노래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터트렸다. '복면가왕'이 시작되고 '왜 출연하지 않냐'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던 그녀였다.
"사업적으로도 잘돼서 늘려가는 과정에 출연하게 됐어요. 14년 동안 연예계에 있으면서 이쪽이 로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복면가왕'에서 탈락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게 됐고, 진심으로 응원처럼 들리더라고요. 포털사이트에 '영지'라고 치면 제 이름이 먼저 나와서 뿌듯해요(웃음)."
"사실 목표가 세 곡을 부르고 집에 오는 거였어요. 노래를 워낙 잘하는 분들도 탈락하는데, 가왕보다 노래에 욕심이 있었죠. 전까지 인생곡이 '비상'이었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목표를 이룬 거죠. 가왕 자리는 꿈도 안 꿨어요."
영지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분명했다. 음악을 위해서였다. 음악에 집중하고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 자신의 음악을 그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바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힘과 에너지도 얻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가수로 돈을 벌어야 하면 약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에서도 힘들 수 있고, 서로 부담스러운 게 생기는 거죠. 음악을 하기 위해서 하게 됐어요. 좋은 시기에,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이 전부가 되면 즐길 수가 없어요. 짝사랑하는 것처럼(웃음). 지금은 더 좋아졌어요. 순간 집중력이 생긴 거죠. 무대 공포증도 있었는데,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니까 다 할 수 있더라고요. 가수로서 기반을 다져야 하죠."
일단 싱글로 시작해 올 가을에는 새 음반도 낼 계획이다. 또 콘서트도 계획에 있다. 힘들 때 혼자 있을 때 힘을 받을 수 있는 공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에 음반을 낼 계획이에요. 시기가 미뤄지다 '복면가왕'을 하게 됐는데, 이번 곡을 먼저 발표하고 싶어서 하게 됐어요. 용기를 얻고 나니까 인터뷰도 하고, 즐기고 싶어요."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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