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도 늘 그렇듯 외화와 국내 영화의 뺏고 빼앗기는 세력 다툼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2016년 1월 1일부터 2016년 6월 12일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황정민, 강동원의 '검사외전'이다. 963만 7,204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다만, 천만은 문턱 앞에서 이뤄지지 못했고, 그로 인해 올해 첫 '천만 영화'는 아직까지 그 '타이틀'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상반기 흥행 순위를 1위부터 10위까지 따져볼 때(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한국 영화가 다섯 편, 외국 영화가 다섯 편으로 고루 흥행에 성공한 점이다.
상반기 흥행 순위는 다음과 같다.(괄호 속 관객동원수는 지난해 말 동원한 관객수를 포함한 누적관객수다.)
1.검사외전(963만7,204명)
2.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6만 9,125명)
3.곡성(661만5,933명)
4.주토피아(464만 9,602명)
5.쿵푸팬더3(397만 1,917)
6.귀향(345만 4,212명)
7.데드풀(324만 5,843명)
8.아가씨(295만3,491명)
9.엑스맨:아포칼립스(284만 8,675명)
10.히말라야(775만 0,099명)
역시나 외화 중에서도 관객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작품들은 히어로물이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비롯해 '데드풀', '엑스맨: 아포칼립스' 등 마블 코믹스 출신 영웅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또 '쿵푸팬더3'나 '주토피아' 같은 명품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사실 2016년 상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히어로 영화의 등장으로 한국 영화의 고전이 예상됐던 해다. B급 히어로 '데드풀'이 첫 테이프를 끊은 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한 달 차를 두고 3월과 4월 나란히 극장가를 점령했고, 후반부인 5월 말에는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등장해 위협적인 흥행세를 보였다.
다행히 우리 나라 영화들은 할리우드 영웅들의 약진에도 불구 만만치 않은 기세로 반전을 만들어 냈다. 초반부터 황정민 주연 '히말라야'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주도권을 지켰다. 또 1월 말은 잭 블랙의 내한 이슈등으로 '쿵푸팬더3'가 기세를 잡았는데, '검사외전'이 이를 꺾었다. '검사외전'은 살인 누명을 쓴 검사가 복수를 위해 사기꾼과 손 잡는 이야기를 그린 통쾌한 버디 영화. 황정민과 강동원의 유쾌한 콤비 플레이가 호평을 받았다. 한 해의 초반, 특별한 경쟁자가 없었던 이 작품은 그만큼 더 오래, 많은 관객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어 2월 말 영화 '귀향'이 승승장구하던 '데드풀'의 기세를 꺾었다. 조정래 감독이 오랜 시간 프라우드 펀딩을 통해 준비한 이 작품은 위안부 여성들의 삶과 고통을 담아내며 많은 관객의 지지를 받았고, '필람무비'라는 특별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5월, 길게 이어졌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흥행세를 단번에 꺾어버린 작품 역시 한국 영화 '곡성'이었다. 나홍진 감독의 "징글징글"하게 빈틍없는 연출로 유명한 이 영화는 선과 악, 종교와 믿음 등의 주제를 강력한 이야기와 전개로 풀어냈다. 더불어 '곡성'은 완성도가 높아 관객들 사이에서 결말에 대한 여러 논쟁을 끌어내며 '해석 붐'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대돼 전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가씨'의 흥행 성공도 주목할 만 하다.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진출작이자 주인공 김민희, 김태리의 파격적인 동성애 연기로 개봉 전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꺾고 개봉 첫날부터 1위에 올랐다. 현재는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eujenej@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