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 이상민이 목소리 하나로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의외의 가창력과 정체로 모두를 놀라게 했음은 물론, 숨겨진 트라우마에 대한 고백으로 찡한 감동도 안겼다.
지난 12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이상민은 '아폴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 백두산과 '챔피온'으로 뜨거운 맞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의 열정 넘치는 무대에 판정단까지 본분을 잠시 망각한 채 그저 객석의 방청객과 함께 들썩이며 몰입했을 정도다.
단 5표 차이로 아쉽게 탈락한 이상민은 준비한 솔로곡 '내 생애 봄날은'을 통해 그동안 래퍼로서 보여주지 못했던 시원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보는 이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랩이 아닌 노래', '팀 아닌 솔로'라는 자막이, 이상민의 무대에 대한 감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날 이상민은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며 "(무대하니까) 너무 좋고, 이제는 노래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하지 못했던 그간의 심경을 처음으로 고백했다.
'복면가왕'이 방송된 이후 이상민은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변의 뜨거운 반응도 전했다. 그는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 적이 없어서, 다들 많이 놀란 것 같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무대에서 괜히 몇 번씩 울컥했는데, 꾹 참고 불렀다. 보신분들, 팬분들, 지인분들 모두가 좋아해준 것 같다. 특히 팬분들의 경우에는 같이 울컥했다고 하시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이렇게 '복면가왕'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점, 또 '내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내내 뭉클했다. 기회를 주신 '복면가왕' 팀, 그곳에서 박수를 보내준 방청객 분들, 그리고 동료 선후배 분들 앞에서 노래하는 내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고 벅찬 감정을 되짚기도 했다.
물론 '복면가왕' 콘셉트에 충실하고자, 정체를 감추기 위한 남모를 노력도 있었다. 이상민은 "가면을 쓰고 '챔피온'을 맞춰보는데, 아무래도 래퍼이다보니 제 스타일의 톤이 나오면 눈치채실 것 같아서 최대한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좀 힘들었다. 그리고 노래는…아무래도 보컬은 아니다보니, 있는 그대로 불렀다. 연습한다고 실력이 얼마나 늘겠나. 그냥 솔직하게 불렀다"라며 멋쩍어했다.
'아폴론'이 정체를 밝히기 위해 가면을 벗었던 그 순간, 판정단과 시청자가 특히 더 깜짝 놀랐던 이유는 바로 이상민이 최근까지 MBC 출연정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기 때문. 앞서 이상민은 2010년 5월 '도박장 운영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일로 지상파 3사 방송출연정지를 당했던 바. 물론 최근 KBS가 6년만에 이를 해제하며,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켰지만 MBC의 출연정지 해제 소식은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만큼 모두의 놀라움이 더욱 컸던 것.
이는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 특성상 부득이 출연자의 신분을 더욱 꽁꽁 감춰야 했기에, 이미 지난 5월 MBC 심의국을 통해 이상민에 대한 출연정지가 해제됐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로 6월 7일 녹화까지 비밀스럽게 진행됐던 상황. 이같은 출연정지 해제에 대한 이상민의 입장은 앞서 KBS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고 또 겸허했다.
이상민은 "출연정지해제가 저에 대한 과오를 용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테니 열심히 하라는 기회를 준거라 생각한다. 지켜보는 분들이 이제 불편함없이 사랑해주실 때까지, 박수치고 응원해주시는 지금을 잊지말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으로 활동하려고 한다"며 "사실 지금 이렇게 사랑해주시는 행복이 제겐 그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너무 감사드리고, 또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하며 모두를 향해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KBS 출연정지해제와 함께 곧바로 '개그콘서트' '해피투게더3' '안녕하세요' 등 KBS 주요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이상민이, 이번 MBC 출연정지해제로 또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낼 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 SBS의 출연정지 해제를 비롯해, 향후 지상파에서 이상민의 MC 및 고정 패널 합류 소식 등도 기대해본다. / gato@osen.co.kr
[사진] '복면가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