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로서 목소리가 지문 같다고 생각해요”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연예인 판정단 자리에 앉은 가수 이승철의 말이다. ‘복면가왕’은 정체를 숨긴 복면가수들이 그 어떤 편견도 다 가리고 노래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무대를 지향한다. 하지만 복면가수들 중에는 복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 소절을 부르는 순간, 특유의 모션을 숨기지 못한 순간 정체를 들키는 가수들이 많았다. ‘슬램덩크’로 나왔던 김태우 ‘램프의 요정’ 김경호가 그랬다. 하지만 그들의 정체가 탄로났다 해서 그들의 노래가 기대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들의 색다른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더 많아져 귀가 즐겁다. 무대에 오른 순간에는 김연우가 아니라 ‘클레오파트라’고, 하현우가 아니라 ‘음악대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체가 등장과 동시에 드러나더라도 ‘복면가왕’에 나와 줬으면 하는 세 사람이 있다. 바로 가수 성시경과 임창정 그리고 뮤지컬 배우 홍광호다.
* 복면가왕의 제1덕목은 뭐니 뭐니 해도 노래 실력
‘복면가왕’에 나오기 위해서는 누가 뭐래도 그 무대에 걸 맞는 노래실력을 갖춰야 한다. 개그맨이 나와도 배우가 나와도 ‘저 사람이 이렇게 노래를 잘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는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홍광호·성시경·임창정은 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다.
홍광호는 '피 터지는 티켓팅'의 줄임말인 '피켓팅'을 속출시키는 인기 스타기도 하다. 또 그는 한국인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2014년 5월 런던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투이’ 역을 맡아 열연한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OST인 ‘발밤발밤’나 KBS ‘열린 음악회’ 무대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들은 시청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그가 ‘복면가왕’에 등장한다면 뮤지컬 팬이라면 단박에 홍광호를 알아볼 것으로 예상된다.
‘성발라’라는 별명이 너무도 익숙한 성시경은 독보적인 감성 보컬이다. 2000년 데뷔해 수많은 발라드 곡을 히트시키며 담백한 음색으로 대중의 귀를 만족시켜왔다. 또 성시경은 고음에서도 그 매력을 발한다. 작곡가 유희열 만들고 성시경이 부른 ‘안녕 나의 사랑’은 고음과 쉴 틈 없이 빠른 박자가 몰아친다. 성시경이 TOY의 객원 보컬로 참여한 ‘세 사람’은 그가 두 번이나 녹음에 실패하고 10일 동안 금연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곡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음반은 또 한 번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성시경 역시 ‘복면가왕’에 나오면 첫 소절부터 정체가 탄로 날 인물이다.
임창정은 힘 있는 진성과 절절한 감성으로 유명한 가수다. 임창정은 스스로 "나이가 들면서 고음이 예전 같지는 않다. 예전에는 3옥타브 미까지 진성으로 올라갔었는데 지금은 3옥타브 도 정도로 내려온 거 같다“며 말 한 바 있다. 하지만 임창정 만의 감성은 더 짙어졌고 그의 노래는 후배 가수들이 즐겨 부르는 명곡의 반열에 올라 있다. 임창정은 여전히 발라드는 물론 격렬한 댄스곡까지 소화 가능한 최고의 보컬리스트다. 탄탄한 고음 한 소절이면 ‘역시 임창정’이라는 말이 ‘복면가왕’에서 나오리라 본다.
* 인터뷰 때 능청스런 연기가 필요해!
‘복면가왕’의 또다른 묘미는 정체를 밝히는 추론과정에 있다. 연예인 판정단의 매와 같은 눈이 ‘복면가수’들의 정체를 요목조목 추리한다.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지만 엉뚱하게 나오는 이니셜 힌트를 들을 때나, ‘성대가 젊다’, ‘가수의 발성은 아니지만 가수라 해도 믿을 가창력이다’ 등의 들을 때면 ‘누구일까?’하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더 커져간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홍광호·성시경·임창정은 목소리가 지문과도 같은 사람이라 정체를 숨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연기력’이다.
‘복면가왕’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이들의 능청스런 연기는 꼭 필요하다. 홍광호는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실력뿐만 아니라 출중한 연기력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홍광호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할아버지 기사인 ‘돈 키호테’로 분하기도 하고, 1인 2역을 소화해 내야하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전석매진을 기록하는 ‘홍지킬’로도 분한 바 있다. 또 홍광호는 현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절절한 감정 연기와 섬세한 표현력이 ‘복면가왕’ 무대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성시경의 연기 활동은 SBS 드라마 ‘때려’의 광고기획사 사장 ‘조성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우 주진모·신민아와 호흡을 맞춘 드라마는 그가 주조연급으로 나온 마지막 드라마가 되었다. 하지만 성시경은 채널 올리브 ‘오늘 뭐 먹지?’에서 “드라마 제의가 들어오면 하긴 할 거죠?”라는 개그맨 신동엽의 질문에 곧바로 “네!”라고 답했다. 성시경은 이렇게 내심 연기와 콩트에 욕심이 있는 재간둥이다. 성시경은 제대 이후로 예능프로그램들이 선호하는 MC로 활동해 왔다. 그만큼 임기응변에 강하고 함께하는 MC들과 호흡도 잘 맞는다. ‘복면가왕’ 인터뷰에서 능청스런 연기가 기대된다.
임창정은 1997년 대종상 남우조연상과 2008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최우수 연기상, 2012년 대한민국 문화 연예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상에 빛나는 베테랑 배우다. 수상 이력으로만 배우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을 받을 만큼 그는 배우로도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또 임창정은 자신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노래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절절한 연기부터 ‘문을 여시오’ 같은 뻔뻔한 연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복면가왕’에 나온다면 인터뷰에서도 큰 웃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예능+음악과 궁합 좋은 세 사람
어찌됐건 ‘복면가왕’은 예능프로그램이다. 세 사람은 예능에서도 그 끼가 증명 된 바 있다. 홍광호는 가수 박정현의 MBC ‘나는 가수다’ 경연을 돕기 위해 무대에 올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멋진 부대를 선보였다. 박정현과 함께한 듀엣 무대에서 영화 ‘물랑루즈’의 'Come what may'를 불러 듣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또 홍광호는 ‘무한도전-무한상사’편에 일일 깜짝 사원으로 등장해 관심을 모은 이력이 있다.
성시경은 요즘 음악 프로그램보다 ‘음악 예능’ MC로 활약하고 있다. SBS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 MBC '듀엣 가요제’ MC로 활약 중이다. ‘복면가왕’ 무대에서 재치 넘치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력이다. 임창정은 ‘판타스틱 듀오’와 ‘히든싱어’에서 일반인 참가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음악 예능 단골 게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임창정의 예능감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프로그램의 흥행 보증 수표이기도 한 셈이다. 이 세 사람이 ‘복면가왕’에 나온다면 또 한 번 ‘가왕’ 장기 집권의 역사가 펼쳐지지 않을까. /sungruon@osen.co.kr
[사진] JTBC 히든싱어 캡처, MBC 나는 가수다, 듀엣가요제, 무한도전 캡처, tvN SNL KOREA 캡처, KBS 유히열의 스케치북 캡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