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의 비극적인 그림자가 잔뜩 드리우면서, 안방극장이 긴장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 시청자들이 통상적으로 행복한 결말을 바라고 있는데 남자 주인공인 에릭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또 오해영’은 똑같은 이름을 가진 동창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는 여자 오해영(서현진 분)과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해영에게 상처를 안긴 남자 박도경(에릭 분)의 사랑 이야기. 도경은 전 여자친구인 또 다른 오해영(전혜빈 분)이 결혼한다고 오해해 그냥 해영이라고 불리는 보통의 해영이의 결혼을 망쳐버렸다. 현재 12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보통의 해영이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도경이가 결혼을 망친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두 사람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해영이와 도경이의 사랑이 다시 한 번 엇갈린 가운데, 도경이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아직 미래인지, 과거인지 애매하지만 도경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이 위태로운 암시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 가장 설득력 있는 추측은 교통사고를 당한 순간 도경이가 해영이와의 일을 회상하는 게 지금까지 본 이야기라는 것. 도경이가 미래를 보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미리 알게 되는 것이라는 추측은 도경이가 보는 장면이 해영이에 한해서라는 점에서 다소 개연성이 떨어진다. 일단 도경이가 미래를 보는 것이든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든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로 보인다.
‘또 오해영’은 13일 13회가 방송될 예정. 제작진은 해영이와 도경이가 재회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두 사람이 화해를 하는 것인지, 서로에게 미안한 감정을 토로하며 다시 헤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다만 6회가 남은 이 드라마의 마지막 걸림돌인 도경이의 생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극 초반부터 도경이가 죽는 것이 아니냐는 불길한 징조들이 곳곳에 깔려 있기 때문. 특히 12회에서 “나 죽어도 상관 없어. 그런데 후회하면서 죽진 않을 거야. 내 마음 끝까지 가볼 거야”라고 말하는 도경이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행복한 결실을 맺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래서 두 사람의 로맨스 끝을 알 수 없는 열린 결말이거나, 비극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하다.
‘또 오해영’ 전에 광풍을 이끌었던 KBS 2TV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극적인 결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행복한 결말이라면서 비극을 선택하면 이민을 가야한다고 농담한 바 있다. 김 작가는 ‘파리의 연인’ 결말을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소설일 수 있다’라는 식의 열린 결말로 만들어 안방극장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김 작가의 “이민 가야한다”라는 농담은 로맨틱 코미디에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밝고 경쾌한 결말이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제작진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일상 속 친근하게 호흡하는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극중 캐릭터가 어긋나거나 공감하기 힘든 전개의 경우 공분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만큼 드라마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제작진의 고유 창조 영역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에 대한 기대심리가 많고 제작진 역시 어떻게 보면 대중의 이 같은 기대심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그게 드라마를 유독 좋아하고 애정을 쏟는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 제작진의 무거운 짐이자 존재 가치이기도 하다. 꼭 로맨틱 코미디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가 돼야 하느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또 오해영’의 결말이 행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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