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가 일명 '땜빵 드라마'라는 오명을 비웃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역시 명품 단막극 제조기답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18년 만에 고향 섬월도로 돌아온 백희(강예원 분)와 그의 딸 옥희(진지희 분)의 이야기를 다루는 가족극으로, 옥희의 아빠 찾기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모녀간의 갈등과 아빠 찾기라는 소재를 코믹하면서도 흥미롭게 엮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는 '뷰티풀 마인드' 방송 준비를 위해 급하게 편성된 4부작 드라마다. 제작 확정부터 캐스팅, 촬영까지 너무나 급박하게 이뤄졌다. 이 때문에 '땜빵 드라마'라 불리기도 했던 '백희가 돌아왔다'에 기대를 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재미와 시청률 모두 빵 터졌다. 9.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백희가 돌아왔다'는 지난 13일 방송된 3회에서 10%를 기록,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는 동시에 월화극 2위 자리를 고수했다. 시청률 1위인 MBC '몬스터'(10.4%)와 0.4%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 뿐만 아니라 "연장 하면 안 되냐"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증명한다.
물론 4부작 단막극이기 때문에 스토리는 단순하다.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한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얽혀있는 등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소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백희가 돌아왔다'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이를 너무나 영리하게 비틀고 또 유쾌하게 꼬아놨다는 것. 백희의 과거를 추적하고 아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빵빵 터지는 코믹한 설정은 이 극이 인기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 역시 일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코믹한 설정 때문에 촌스럽거나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상황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강예원부터 진지희까지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에 완벽 빙의된 듯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이를 상쇄시켜 준다. 그리고 이는 곧 백희와 세 남자가 가진 각각의 사연에 대한 흥미도 한층 높여준다.
그간 KBS는 적은 제작비와 열악한 촬영 환경 속에서도 단막극 제작을 멈추지 않았다. 매해 단막극 제작이 축소되거나 무산된다는 얘기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PD들을 비롯한 제작진의 노력으로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덕분에 시청자들이 절대 잊지 못할 단막극이 많이도 탄생되어 왔고, 재능 많은 신인 작가 발굴에도 성공했다.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 '직장의 신' 윤난중 작가, '비밀'과 '눈길'의 유보라 작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혜련 작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번 '백희가 돌아왔다'의 임상춘 작가 역시 마찬가지. 시작은 '땜빵'이었지만, 이제는 돌풍이라고 해도 좋을 '백희가 돌아왔다'와 같은 단막극이 계속해서 제작될 수 있길 시청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백희가 돌아왔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