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일 "연기 답습할까 걱정, 배우라면 변해야 한다" [인터뷰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6.14 12: 15

드라마 출연만으로도 충분히 바쁠 수밖에 없는 스케줄임에도 배우 강신일은 늘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 그 속에는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가득 담겨 있는데,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그 감정들이 오롯이 느껴진다. 사소하게 지나가는 부분이 없다 보니 관객들은 더욱 깊이 그의 무대 연기 그리고 그 캐릭터의 삶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연극 '레드'다.
강신일은 벌써 세 번째 '레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2011년 초연과 2014년 재연 당시 '마크 로스코=강신일'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버릴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평단과 관객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해 공연에는 강신일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이에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참으로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강신일의 복귀는 그 자체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연극 '레드'는 1950년대 추상표현의 대표적인 화가로 구상화에서 추상화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던 마크 로스코와 가상 인물인 조수 켄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인생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현재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지난 6일 첫 공연 전 리허설을 끝난 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신일은 자신을 기다려준 관객들 덕분에 "설레고 감사하다"는 말을 맨 처음으로 꺼냈다. 이어 그는 "부담은 아니지만 예전에 했던 것을 답습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두려움은 있다. 어느 것이 맞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부담이 있다면 초연과 재연이 달랐듯이 이번에도 달라야 한다는 책임 같은 것이 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2년만에 다시 마크 로스코로 돌아와 '존재 가치'를 논하는 배우 강신일, 그에게 '레드'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 다시 로스코로 돌아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신시에서 너무 졸라서 하게 됐다.(웃음) 작년에 '레드'를 다른 배우들이 했을 때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보지는 못했는데, 그렇게 다른 배우들이 해나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작품 속 캐릭터를 한 배우가 점유하고, 소유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좀 더 나은 공연을 위해서는 다른 배우들과 공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스코라는 인물이 주는 영감이나 부채의식, 예술행위 등은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스스로를 반추하게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감히 한 시대의 위대한 화가를 재연해보인다는 것이 나에게 너무 과분한 일이지만 다시 한 번 그 사람의 인생 철학, 예술관을 들여다보고 나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최근 종영된 KBS 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 후반에 분량이 굉장히 많아졌고 일일 드라마 촬영까지 겹쳤기 때문에 연습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다.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여파가 있다. 내가 힘든 건 둘째치고 같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 작품은 끈끈한 팀워크가 이뤄져야 하는데, 충분히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 결국 이것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질거라, 관객들에게도 미안하다.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는 있었지만 내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피곤하고 힘들어도 최대한 완성을 위해 애를 쓰는 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한다."
- 앞서 '달라야 한다는 책임'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그러한가.
"초연 당시 제일 걱정을 하고 신경을 쓴 것은 번역극이라 우리나라 문화나 사고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안에 담고 있는 것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선뜻 작업을 같이 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평상시에 나오는 말투가 나올 수 없음을 가장 염려했다. 관객들은 다 감안을 하고 보신다고 하더라. 그러나 배우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그게 정말 불편했다. 그래서 초연 때는 이 어려운 말을 쉽게 풀고 편안한 말투로 바꾸는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썼다. 또한 재연 때는 이 작품에 대해 이해를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또 몰랐던 것들에 대해 깨닫는 부분이 있었다. 조금 더 로스코의 입장에서는 좀 더 깊이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로스코의 그림 자체는 정적이고 얼핏보면 고고한 것 같은데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적인 광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역동성을 더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혹시 초연, 재연을 보고 이 작품에 대해 감동을 받았을 관객들이 이번에는 실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긴 하는데 그렇다고해서 똑같이 할 수는 없다. 세월이 흐르는 만큼 인간 강신일로서도, 배우 강신일로서도 변화가 분명히 있었고, 그것이 고스란히 이번 무대에도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안의 변화라는 것이 좀 더 성숙되고 깊이가 생긴다고 한다면 더 좋겠지만, 배우라면 그렇게 되어야(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무대 작품이라 더 그렇겠지만, 특히 '레드'는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매번 가슴을 움직이는 부분이 다를 것 같은데 이번에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로스코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레드를 표현해내는 데 있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싶다. 영감이 떠오르는 그 순간, 로스코에게 이건 찰나인데 켄이 그걸 깨버린다. 그 장면을 좀 더 역동적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로스코의 그런 고민이 연기자로서 좀 더 구체적으로 도전하게 하는 부분이 됐다. 그리고 '존재했다'는 말이 평상어는 아니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린 켄을 2년 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분노의 항변을 할 때 처음으로 존재했다고 하는데, 예전과는 다르게 큰 울림이 있는 대사로 느껴졌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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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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