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땜빵' 드라마였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KBS 2TV 4부작 월화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가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타 방송사 정규 드라마들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성적으로 의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땜빵'의 반란"이라는 칭송까지 듣고 있는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1. 고구마는 없다..사이다 전개의 청량감
'막장 드라마'들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드라마의 특정한 패턴을 칭하는 말이 생겼다. '고구마'와 '사이다'가 그것. '고구마 전개'는 드라마가 개연성 없는 갈등 등으로 답답한 전개를 이어갈 때, '사이다 전개'는 반대로 쓸데없는 갈등 반복을 없애고 시원시원한 전개를 이어갈 때 사용한다. '백희가 돌아왔다'의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이 드라마를 '사이다' 드라마라 칭한다. 사실 '백희가 돌아왔다'의 이야기는 '뻔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하다. 그러나 이를 상쇄하는 것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 그 속에서 살아나는 웃음 포인트들이다. 특히 빠른 전개는 4부작 드라마라는 이 작품 고유의 특성이 빚어낸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중·단편 드라마는 몰입을 끌어내기 시간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깨트렸다.
2. 아빠는 누구? 미스터리
'백희가 돌아왔다'는 처음부터 주인공 백희의 딸 옥희의 아빠 찾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왔다. 미스터리 요소가 있으니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더 높아졌다. 물론 첫 회부터 누가 아빠인지는 다소 짐작 가능한 일이었지만, 미스터리가 풀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한국판 맘마미아'라는 별명은 그런 면에서 걸맞았다.
또 드라마 초반에는 단순히 옥희의 아빠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몰입을 주도했다면, 후반부에는 백희, 그리고 과거 그와 얽혔던 3인방의 사연이 적절하게 풀어지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옥희의 진짜 아빠가 범룡(김성오 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백희를 위해 희생한 그의 진짜 사정이 밝혀지며 보는 이들에게 의외의 감동을 줬다.
3. 강예원X진지희의 모녀 케미
강예원은 진지희의 엄마 역을 맡기에 다소 연령대가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탁월한 연기력이 모녀의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진지희는 어린 시절 '빵꾸똥꾸' 이미지를 확실히 벗어던지고 '날나리' 고등학생 연기를 탁월하게 보여줬다. 또 그의 엄마 역을 맡은 강예원은 젊은 시절 상처를 간직한 채 묘하게 백치미가 있고 속정이 깊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은 닮지 않은 듯 닮은 듯한 모습인데, 둘이 빚어내는 호흡이 실제 모녀를 방불케 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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