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이 광기 어린 모습을 드러내 보일수록 매혹적이었다.
손예진은 14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범' 등 스릴러 장르를 통해 감정 소모가 큰 연기들을 선보이며 이미 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지만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의 손예진은 유독 빛이 난다. 이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의 변화가 큰 연홍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냈기 때문.
'비밀은 없다'는 선거를 15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라진 딸과 그를 찾는 연홍, 선거 유세를 이어나가는 종찬(김주혁 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연홍은 극 초반부터 심한 감정의 변화를 선보이는 인물. 극 초반부터 딸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연홍의 감정 상태는 불안정으로 접어든다.
그리고 직접 실종 사건을 파헤쳐나가면서 연홍의 감정 변화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다. 혼돈, 의심, 분노, 광기, 슬픔 등 세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연홍에게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때문에 배우 본인에게는 매우 힘들었을 선택이었겠지만 항상 믿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손예진은 이번에도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점차 피폐해져가는 연홍의 모습과 함께 어떨 땐 섬뜩했다가, 어떨 땐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연홍도 그려냈다.
이처럼 감정 연기를 훌륭히 해낸 손예진이 유독 돋보이는 건 아마도 충무로 여배우 영화 기근 현상 때문일 터. 주로 남자 영화가 잘되는 이 시점에서 여배우의 원맨쇼를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나가는 손예진이 괜히 뿌듯한 건 다 이 때문일 것이다.
현재 '아가씨'에서 김민희가 히데코의 옷을 입은 듯한 연기력으로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그 바통을 손예진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은다. / trio88@osen.co.kr
[사진] '비밀은 없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