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연기고행자'의 다음 단계는 천재 브로커 [특별수사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6.15 08: 00

 '연기고행자'
이런 별명을 붙여주면 어떨까? 어떤 역할을 맡든 배역에 푹 빠져들어 크고 작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김명민은 마치 연기로 고행을 하는 사람 같다. 놀라울 정도의 몰입도 높은 이 연기 고수의 연기 속에는 늘 배역과 동화되고자 하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다. 
그런 김명민이 이번에는 브로커에 도전한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를 통해서다. 그는 극중 변호사 사무실에 사건을 물어다 주는 경찰 출신 브로커 필재 역을 맡았다. 필재가 모시는(?) 변호사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 판수(성동일 분). 하지만 둘의 관계는 어쩐지 갑과 을이 뒤바뀌어 있다. 을이어야 할 것 같은 사무관은 늘 당당하고 그에 비에 변호사는 항상 안절부절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신이 내렸다'는 칭찬을 듣는 브로커 필재의 탁월한 실력 때문이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경찰 출신의 변호사 사무실 브로커 필재가 사형수로부터 의문을 편지를 받은 후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가는 내용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영남제분사건, 익산택시사건, 대구택시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다양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점. 영화속 사건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도를 조금 더 높이기 위함이다. 
거기에 김명민이 가세했다. 필재는 사실상 정의보다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 바쁜 속물적인 인물. 한 때 모범 경찰 표창을 받은 적도 있었으나 브로커로 일을 하면서는 정의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생활 패턴에 절었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희망을 갖고 문을 두드린 사람이 억울하게 수감된 사형수 순태(김상호 분)와 그의 딸 동현(김향기 분)이다. 
연출자 권종관 감독은 이 영화의 계기가 된 것이 TV 드라마 속에 나온 대사 한 마디라고 밝혔다. '세상이 이렇게 막장인 건 유감인데, 도와달라고 하지마. 나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이 대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은 역시 필재다. 영화는 무심하고 속물적이었던 필재가 이 소동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 후 겪는 변화의 과정을 잘 담아냈다.
사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그간 김명민이 택했던 작품 중에서는 다소 얌전하고 가벼운 축에 속한다. '고생담'이라는 단순한 항목으로 볼 때는 특별히 그렇다. 김명민이 '페이스 메이커' 속 마라톤 선수 역할을 위해서 실제 일주일에 3,4일씩 마라톤 선수와 같은 훈련을 받았고, 인공치아 사용을 먼저 건의하거나 노메이크업 촬영을 했던 사실은 유명하다. 그 뿐인가? '내사랑 내곁에'에서는 루게릭병 환자 역을 위해 20kg이 넘는 감량을 했고, '파괴된 사나이'에서는 3일 밤을 새는 장면을 찍기 위해 실제 3일 밤을 샜다고 알려졌다. 또 드라마 '하얀거탑'을 찍을 때는 하도 수술 공부를 많이 해서, 지금도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할 정도다. 
이처럼 어떤 배역을 맡든 푹 빠져 최선을 다하는 김명민은 이번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해서도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런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려고 했던 듯, 실제 김명민이 밝힌 고생담은 인상적이다. 물론 본인은 "한 게 없다"고 말하지만, 관객들이 기대했던 것은 액션 영화에 어울리는 액션신. 영화 내내 등장하는 액션신을 비롯 중반부 목욕탕 격투 신 등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은 김명민의 열연이 돋보인다. 
또 인물들의 관계에 힘을 쏟은 영화인 만큼 김명민은 극 중 필재를 비롯 주변 인물에 대한 소설을 많이 썼다.늘 그렇듯 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주변인들에 주목하며 철저히 배역에 빠져들 준비를 한 것. 캐릭터 연구에 빈틈없는 노력을 기울인 '연기고행자' 김명민의 또 다른 도전이 흥행과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감을 준다. /eujenej@osen.co.kr
[사진]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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