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어쩌다 용두사미가 됐나 [종영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6.15 07: 03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이 지난 14일 2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세상을 어지럽히던 이인좌(전광렬 분)는 끝까지 반성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했고, 영조(여진구 분)와 백대길(장근석 분)은 각자의 세상에서 닮은 듯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됐다.
'대박'은 도박을 소재로, 왕의 버려진 아들 대길과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의 짜릿한 한판 대결을 담고 있는 팩션 사극. 장근석의 2년만 드라마 복귀작이자 여진구가 성인이 된 뒤 처음으로 주연으로 나선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전광렬, 최민수, 이문식, 안길강 등 사극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연기자들이 대거 등장해 극에 힘을 실어넣었다. 전작 '육룡이 나르샤'가 호평 속에 종영한 뒤 곧바로 이어지는 사극이기는 했지만, 도박과 이인좌(전광렬 분)의 난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그려낼 짜릿함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장근석은 이 드라마를 위해 더욱 심기일전했는데, 역할상 극 초반에는 때칠하고 매를 맞는 것은 기본이고 살아있는 뱀까지 씹어먹어야 하는 생고생을 해야했다. 그럼에도 장근석은 대길이라는 역할, 그리고 '대박'이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고 더 나아질 30대를 고대하는 등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해를 품은 달'에서 아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과 흡인력을 과시하며, 이모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진구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변화를 꾀했다. 첫 성인 연기를 해야했기에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여진구는 세상의 부조리함, 왕이 되기 위해 또 왕이 된 후에도 지독하게 이어지던 외로움과 끊임없이 싸우는 영조를 몰입도 있게 표현해냈다.
최민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숙종을 완성해내 매회 극찬을 얻었으며, 전광렬과 이문식 역시 그들의 명성에 걸맞은 연기로 극을 탄탄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배우들 연기만 놓고 본다면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너무 작의적인 느낌이 강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극 후반 시청자들의 이목을 붙잡는데는 실패했다. 배우들의 카리스마나 세련된 연출로도 막을 수 없는 대본의 허술함은 가끔 실소를 자아내기도. 담서(임지연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이인좌가 숙빈 최씨(윤진서 분)의 죽음으로 살아나게 된 것, 시청자들까지 창피하게 만드는 낯간지러운 대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숙종과 이인좌의 대결은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했지만, 숙종의 죽음으로 이것이 사라져 버리자 가장 기대를 모았던 이인좌의 난이 오히려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극 초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웅장한 느낌의 투전방에서 숙종과 백만금(이문식 분)이 보여줬던 짜릿했던 한 판 승부가 그리워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대박'은 역사 속 숙종을 가장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숙종을 완성해냈고, 피를 나눈 형제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대길과 영조의 성장스토리를 통해 국가와 백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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