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아쉽지만, 배우 여진구가 '대박'에서 보여준 묵직한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보인다.
여진구는 지난 14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에서 영조를 연기하며 남다른 연기 내공을 뽐냈다. 타고난 왕골의 성정이지만 발톱을 감춘 채 망나니 한량이 되어 살아야 했던 연잉군 시절부터 왕의 자리에 올라 '괴물'로 불리게 되는 순간까지, 여진구는 긴 세월 속 다양한 감정을 녹아내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이미 MBC '해를 품은 달'과 '보고싶다'를 통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진구 오빠'라는 애칭을 얻은 바 있는 여진구에게 이번 '대박'은 스무살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출연하게 된 작품이라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나이가 의심이 될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과 순간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아역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생기는 우려도 있었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하지만 여진구는 이를 보란듯이 이겨내며 더욱 성숙해진 연기력을 뽐내며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줬다.
특히나 영조는 지금까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재탄생되어 왔던 실존인물인만큼 여진구가 보여줄 해석력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 역시도 기대 이상이었다는 반응이다. 왕좌에 대한 욕심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연잉군은 결국 경종(현우 분)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르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여진구는 복잡할 수밖에 없는 연잉군의 속내를 섬세하게 연기해내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왕이 되었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외로운 싸움 속에서 '옥좌에 앉은 임금은 슬퍼할 겨를 따윈 없다. 그리해서도 아니된다'라며 슬픔과 괴로움을 목구멍 속으로 꾸역꾸역 넘기는 모습이 그리도 안타까울 수 있었던 건 모두 여진구의 탄탄한 연기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진구는 후반 빠듯한 촬영 스케줄에도 쉬는 틈을 타 SBS '런닝맨'에 출연했고 자신의 SNS에 사진을 게재하는 등 끝까지 주연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홍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는 곧 그가 얼마나 책임감 강한 배우인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제 막 20살 성인이 된 여진구가 앞으로 걸어갈 배우 인생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