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또 오해영', 에릭X서현진 차사고 아니죠?(from. 김병욱)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6.15 10: 29

"우리 오늘 죽을래요? 너무 좋을 때 죽고 싶어."
혹시 예견된 죽음으로 이 행복이 깨질까 홀로 전전긍긍하던 남자에게 여자가 갈대밭에 누워 읊조렸다. 행복할 때 함께 죽는 게 어떠냐고. 인생에 겪어본 적 없는 행복감에 젖어, 인생일대의 행복한 순간의 벅참을 고스란히 드러난 대사였지만, '죽음'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자꾸 박힌다.
한때 차들이 쌩쌩 달리던 도로에 떨어진 지갑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우면서 "난 안죽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여성과 동일인물. 그녀가 지금, 너무 행복해서 함께 죽자고 말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의 오해영(서현진)과 박도경(에릭)의 이야기다.

원래대로라면 방송 초반에 반복해 등장했던 도경의 결말은 교통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채로 도로위에 나둥구는 모습이다. 그의 '죽음'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주치의 순택(최병모)은 아마도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 아쉬웠던 과거를 그저 회상하는 데 불과하다며, 씁쓸한 도경의 현실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미래가 바뀌고 있다. 사소한 차이긴 하지만, 도경의 말과 행동의 변화가 보이던 미래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것. 지난 14일 방송된 '또 오해영' 13회와 14회에서는 이게 구체화됐다. 본디 해영과 헤어져 후회하며 죽어가던 도경의 모습과 달리, 해영과 재회했으며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 중. 다만, 해영이 팔에 화상을 입거나, 주인집 아저씨가 죽음을 맞이하는 등의 부상과 죽음에 대해서는 변화된 게 없다. 그러니 자꾸만 불안하다.
"나 못할 짓이 없을 것 같아. 살인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한 명만 찝어봐. 죽여줄게, 진짜로!" 행복함을 자꾸 '죽음'과 연결시키는 해영의 대사가 분명 찜찜하다. 도경이 죽는 게 아니라, 해영이 대신 죽는다면? 아니 혹시 두 사람이 모두 차사고로 해영의 말대로 함께 행복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새드엔딩이 되는 것일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지붕뚫고 하이킥' 엔딩)
앞서 큰 인기를 누렸던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은, 그 관심만큼이나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엔딩으로 여전히 거듭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신세경의 말은 당시 현실이 됐다. 이번 해영의 대사는 "우리 죽을래요?"다.
이후 만난 김병욱 PD는 "시간이 정지된 것이다. 뒤늦은 자각을 그리고 싶었다. 두 사람의 죽음을 더 절절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멈추고 싶었던 순간에서 생을 마감한 두 사람은 행복했을까. 이후 김병욱 PD의 시트콤 마지막 작품이던 '감자별'을 끝내고 다시 만난 김 PD는 '지붕킥'을 다시금 떠올리며 "이제껏 작품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많은 비난도 감수했지만, 그가 내린 최고의 엔딩이라는 이야기다.
박해영 작가는 '또 오해영' 이전에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 등 시트콤을 집필했던 작가다.('지붕 뚫고 하이킥' 역시도 시트콤인 건, 안 비밀이지만.)
현재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엔딩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많은 시청자가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까. 이제껏 행복을 겪어보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게, 뻔하지만 역시 가장 행복한 결말인 걸까.
앞서 박해영 작가는 제작진을 통해 OSEN에 "결말은 시작부터 정해져있다. 흐름에 따라 약간의 변주가 가능할 수 있으나, 큰 축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과연 박해영 작가가 이미 '정해뒀다는' 결말은 무엇일까. / gato@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지붕뚫고 하이킥'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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