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거미와 박정현이 이번에는 록까지 평정했다. 이쯤되면 '장르 파괴자'라는 수식어를 붙여줘도 될 듯하다.
거미와 박정현은 지난 1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보컬전쟁-신의 목소리'(이하 '신의 목소리')에서 도전자에게 선택돼 무대에 올랐다. 거미는 故김성재의 '말하자면'을, 박정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람은 모두 변하나봐'를 불러야 했다.
3시간 동안 두 사람은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편곡을 했는데, 놀라운 건 두 사람 모두 록으로 편곡을 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 나선 윤도현이야 록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자이기 때문에 '역시'라는 반응이 생겨날 수 있지만 거미와 박정현의 무대는 놀랍기만 했다. 특히 무릎까지 꿇고 헤드뱅잉을 하는 거미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의상부터 여전사의 기운이 물씬 풍겨졌던 거미는 거친 로커로 변신, 헤드뱅잉을 하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더욱 열정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곧 리듬을 타며 긴장감을 형성하더니 곧 가창력을 폭발시키며 다시 한 번 무대를 압도,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을 감탄케 만들었다.
박정현은 "거미 씨가 록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반해 반해 버렸어요~"라고 노래까지 불렀고, 성시경은 "평소에는 여자여자 하고 수줍수줍한데, 무대에서는 돌변한다. 그게 멋있다"고 극찬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박정현은 모르는 노래라고 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하며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케 만들었다. 그러다 곧 한없이 뻗어나가는 고음으로 록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음을 입증해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박정현의 가창력과 매력적인 무대 매너는 '역시 갓정현'이라는 감탄을 연발케 만들었다.
박정현의 무대가 끝나자 윤도현은 "오들 다 록이야. 그럼 난 뭘 하라고 록을 다 해버리냐. 내가 알앤비를 할 수도 없고"라고 투덜거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또 그는 "거미 씨는 미국 록 스타일이고, 정현 씨는 영국 록 스타일이다. 음악으로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라고 평을 했다. 그만큼 거미와 박정현이 록이라는 장르까지 완벽하게 접수를 했다는 의미다.
그간 거미와 박정현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편곡, 원곡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색다른 무대를 완성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록까지 평정하며 '장르 파괴자'로 거듭났다.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보컬신인 두 사람이 앞으로는 또 어떤 파격 변신으로 놀라움을 전해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신의 목소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