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이 진정한 ‘덕후’임을 인정했다. 전 세계의 축구 선수 이름을 외우는 것은 물론, 선수의 부인들 이름까지 꿰고 있는 남다른 능력에 ‘축알못(축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도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였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능력자들’에서는 남다른 축구 사랑을 보여준 두 명의 덕후가 등장했다. 그 중 시선을 사로잡은 이는 바로 가수 박재정.
박재정을 발견한 MC들은 “연예인 특권으로 등장한 거 아니냐”며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박재정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저는 실제로 진짜 축덕이고 관람가서 SNS도 올리고 괜찮은 덕질도 한다. 기대해달라”라며 자신의 ‘덕력’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의 자신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각 방송사별 해설위원의 특징을 줄줄이 읊으며 나름의 분석까지 곁들인 것. 특히 안정환과 함께 MBC의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주에 대해서는 “만담식으로 하신다”라고 신랄하게 평가해 웃음을 안겼다.
그의 ‘축구 덕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재정은 선수들의 유니폼을 수집한다고 밝히며 이날 촬영장에서 직접 가져온 200벌의 유니폼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유니폼을 꼭 2개씩 구입해 하나는 실착용, 하나는 소장용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덕후’다운 자세였다.
하지만 진짜 ‘덕후’로서의 능력은 축구 능력 대결 전반전에서 밝혀졌다. 박재정이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의 부인까지 알아맞히며 놀라움을 자아낸 것. 이에 MC와 패널들은 “축구 덕후가 아니라 아내 덕후인 것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박재정은 끄떡없었다.
마침내 몇 초 남짓한 화면만으로 골 성공 여부와 어느 경기인지 맞추는 후반전에서도 독보적으로 앞서나간 박재정은 일반인 ‘덕후’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며 총 8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이에 그는 “주변 사람들이 K리그 좋아하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라. K리그가 있어야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좋아지기 때문에 K리그를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해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저 방송 출연을 위한 일회성 취미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그의 ‘덕후 인증’은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살렸을 뿐 아니라,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능력자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