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때 그 사람의 진짜가 보인다고 했던가. 몰랐던 본성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내재돼 있던 잠재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민예능의 진가는 긴급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11년 동안 늘 무한하고 극한에 도전해왔던 바. 계획이 틀어진 상황에서 의외의 대박을 여럿 만들어왔다. 무계획일 때 더욱 빛났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순발력이 오늘(18일) 다시 한 번 폭발한다.
이날 방송되는 ‘무한도전’에서는 갑작스럽게 미국행이 취소되면서 무계획 무대책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앞서 ‘무한도전’은 지난 11일 미국 촬영을 계획했다. 정준하의 벌칙 수행과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취소되면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차에 몸을 실었다. 통역을 위해 함께 미국으로 떠나려 했던 샘 오취리, 샘 해밍턴도 함께다. 이렇게 탄생한 1박2일 무계획 바캉스 특집이다.
예고편을 통해 드러났듯 멤버들은 아이템이 생각나는 대로 움직였다. 매주 약 한 시간 분량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녹화 시간은 그것의 몇십 배에 달하는 바. 갑자기 일정이 틀어져 무계획으로 방송 분량을 뽑아내야 함은 ‘무한도전’ 멤버들이나 제작진에게도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그러나 ‘무한도전’에 대해 시청자들이 강한 믿음을 갖는 건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수많은 경험을 함께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무계획이라곤 하지만 연륜은 이럴 때 발휘되는 것. 앞서도 비가 오는 바람에 급하게 선보였던 추억의 ‘동거동락’ 특집은 여전히 레전드로 남아있다.
게다가 즉흥적인 콘텐츠로 무작정 부딪치는 모습에서 ‘무한도전’의 초창기 모습이 생각난다는 의견도 많다. 정말 실현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혹은 말도 안 되는 도전에 뛰어드는 그 자체에 큰 재미가 있었고, 게스트 특집이 아닌 멤버들끼리 뭉치는 모습만으로도 큰 웃음을 줘오지 않았나. 즉흥성과 멤버들끼리의 조합, 이 두 가지가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이다.
‘무한도전’은 또 한 번의 레전드 바캉스 특집이자 대체 특집을 만들 수 있을까. 관심이 집중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