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두 여주인공의 인기가 뜨겁다. 무대 인사를 다닐 때마다 마치 아이돌그룹을 방불케 하는 팬들의 반응이 사뭇 인상적이다. 데뷔한 지 벌써 17년이 된 김민희이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고, 김태리 역시 ‘아가씨’를 통해 이름을 알린 터라 뜨거운 인기에 신기해하는 중이다.
보통 아이돌그룹에게 있다던 커다란 카메라를 든 팬들도 두 여배우의 무대인사 일정을 따라다니며 추억을 남긴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팬덤을 형성한 요인에는 영화가 주는 여운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 ‘아가씨’에서 두 사람은 성별도 신분도 뛰어넘는 사랑을 나눴다. 두 여배우의 인기는 그만큼 영화 속 캐릭터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뚫고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에 앞서 할리우드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아가씨’의 인기가 뜨거운 지금, 영화 ‘아이다호’부터 올초 사랑받은 ‘캐롤’까지 역대급 영화들을 모아봤다.
#1. 아이다호(1991, 감독 구스 반 산트)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는 남남케미의 전설이다. 삶의 희망도 가진 것도 없는 마이크(리버 피닉스 분)에게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친구 스코트(키아누 리브스 분)가 유일하다. 마이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잠에 빠지는데, 스코트가 옆에서 그를 돕는다. 두 사람은 연민인 듯 우정인 듯 사랑인 듯 감정을 교류한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마이크는 아이다호에서 로마로 향하는 길을 떠나고, 스코트도 그와 함께 한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펼쳐지는 미래는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2. 해피투게더(1998, 감독 양가위)
만우절이면 늘 그리운 남자 장국영과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양조위가 한 영화에서 만났다. 그것도 서로 애틋한 사이로. 보영(장국영 분)과 아휘(양조위 분)는 아르헨티나에서 사는 이민자.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헤어진다. 그러나 이별한 후에도 서로를 그리워한다. 두 남자의 애틋하고 섬세한 감정과 함께 영화의 배경이 됐던 아르헨티나의 이국적인 풍경과 탱고 선율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 장국영 팬들이 꼽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3. 브로크백마운틴(2006, 감독 이안)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한 ‘브로크백 마운틴’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갓 스물의 두 청년 에니스(히스 레저 분)와 잭(제이크 질렌할 분)의 사랑을 다룬다. 여름 한 철 함께 일을 하게 된 사이 우정보다 깊은 감정을 느끼지만 두 사람은 이내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이후 각자 평범한 삶을 살다 재회하고,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깨닫고 가끔 처음 만났던 브로크백에서 만난다.
#4.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4,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아가씨’가 개봉하기 전부터 함께 거론된 명작이다. 두 여성주인공의 동성애 코드가 녹아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영화는 평범한 소녀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분)에게 파란 머리의 소녀 엠마(레아 세이두 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엠마의 평범하지 않은 파란 머리가 상징하듯, 아델은 엠마를 만난 이후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그러나 가정형편부터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온전히 녹아들 수 있었을까. 이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5. 캐롤(2016, 토드 헤인즈)
‘캐롤’은 올해 초 관객들의 재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등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1950년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이는 순간이 있을까. 영화에서는 백화점 점원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이 이처럼 운명처럼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무엇보다 섬세하게 감정을 그려낸 두 여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오랫동안 관객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와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