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은 명관이었다. 이경규와 몰래카메라 포맷이 더해지니 평균 시청률 33%까지 찍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속 1회성 코너로 만족하기엔 생중계 몰래카메라는 깨나 매력적이었다.
18일 오후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MLT29'에서 이경규는 세계 최초 라이브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다. 전반전에서는 리허설이 진행됐고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희생양이 등장했다.
그의 먹잇감은 데프콘이었다. MBC PD들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곳에서 명함 이벤트 1등 경품으로 내건 최고급 외제 SUV가 그의 차지가 된다는 골자였다.
데프콘이 오기 전부터 레스토랑은 이경규가 준비한 바람잡이들로 가득했다. 가게 사장을 빼고는 모두가 연기자. 비록 데프콘이 등장하기 직전까지 조명이 꺼지면서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지만 이경규는 더욱 열을 올렸다.
아무것도 모른 채 데프콘이 가게에 들어섰고 PD들과 대화를 나눴다. 명함이 없는 터라 몰래카메라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지만 '마리텔' 제작진과 이경규는 기지를 발휘해 잘 넘겼다.
바람잡이들 덕분에 데프콘은 상황에 몰입했다. 직접 나가 만보기 대결로 식사상품권을 따낼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차종이 1등 경품으로 나오자 더욱 눈빛을 반짝거린 그였다.
짜여진 각본대로 데프콘이 명함 이벤트 1등에 당첨됐다. 그는 "거짓말 아니냐"며 놀라워했지만 자동차 키를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반 손님인 줄 아는 엑스트라 바람잡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기까지.
그러나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경품은 낡은 SUV였다. 허탈하게 웃은 그는 이어 이경규가 등장하자 놀란 토끼눈이 됐다. 이경규가 "이거 '마리텔'에서 하는 몰래카메라"라고 털어놓은 뒤에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생중계 몰래카메라인 까닭에 보안이 생명인 상황이 많았다. 당시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보던 누리꾼들은 한마음으로 몰래카메라를 도왔다. 혹여 데프콘이 인터넷을 확인할까 봐 악극단 콘셉트로 거짓말에 동참했다.
덕분에 데프콘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경규가 놓은 함정에 빠졌다. 몰래카메라의 성공으로 이경규는 이날 최종우승을 거머쥐었다. 데프콘은 "후배한테 사기 쳐서 1등하셨네요"라며 허탈해했다.
분명 보완할 점은 있었지만 상당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마리텔x이경규x몰래카메라'라는 3박자가 착착 맞아떨어져 안방에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선사했다. 1회성으로 그치기엔 분명 아까운 아이템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