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감독 표 사극의 묘미는 주체적인 여주인공의 쫄깃한 인생 성장 및 러브스토리다. 그런데 '옥중화'는 갈 길이 한참 먼 듯하다. 히로인 진세연의 기운이 2% 부족한 이유에서다.
18일 오후 10시에 방송된 MBC 주말 드라마 '옥중화' 14회에서 옥녀(진세연 분)는 정난정(박주미 분)이 윤원형(정준호 분)의 정실 처인 김씨부인(윤유선 분)을 독살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애썼다.
하지만 정난정은 한 발 앞서 음식에 약을 타도록 시켰던 하녀를 죽였다. 눈앞에서 증인을 잃은 옥녀는 곧바로 자객을 쫓았다. 산 속 추격전이 벌어졌는데 긴장감은 떨어졌다. 진세연의 액션 연기가 미흡했기 때문.
그렇다고 감정 연기가 훌륭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정난정 때문에 김씨부인이 죽자 윤태원(고수 분)과 옥녀는 오열했다. 고수의 폭발하는 울음 옆에서 진세연은 얼굴로만 우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결국 옥녀와 윤태원은 정난정을 향한 복수심을 키웠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묘책은 없었다. 그저 죄수들에게 먹일 쌀이 부족한 이유에서 둘은 정난정의 곳간에 들어갈 쌀을 사기쳐서 훔치기로 했다. 역시나 '고구마 전개'였다.
진세연은 지난 5월 8일 4회 방송에서 아역 정다빈에 이어 성인이 된 옥녀로 첫 등장했다. 이전까지 정다빈이 열연으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높인 상황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진세연으로서는 부담감이 컸을 터.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당찬 눈빛의 똑소리나는 꼬마 옥녀는 온데간데 없이 답답한 '고구마 여주인공'만 존재했다. 극을 중점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캐릭터인데 '무매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답답한 캐릭터를 진세연은 연기로 포장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윤태원, 윤원형, 정난정의 분량이 늘어나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이병훈 감독의 사극을 거쳐간 여주인공은 '허준'의 황수정, '대장금'의 이영애, '이산'의 한지민, '동이'의 한효주, '마의'의 이요원 등이다. 이들에 비하면 아직까지 진세연은 턱없이 부족한 인물 소화력을 보이고 있는 셈.
고수, 정준호, 박주미, 김미숙, 전광렬, 최태준, 정은표 등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보다 먼저 이름이 소개되고 중요한 타이틀 롤을 맡은 진세연이다.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았지만 기력을 좀 더 보강해야 할 듯하다.
50부작까지 갈 길이 멀었는데 다시 한번 심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때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옥중화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