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47살’ 박명수가 있기에 ‘무한도전’의 ‘땜빵 바캉스’가 흥미가 높았다. 그가 일부러 갈등 장치를 만들어 ‘진상 훼방’을 일으키며 재미를 선사했다.
박명수는 지난 1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을 만나고 정준하의 벌칙 수행을 위한 미국 특집이 연기된 가운데 멤버들과 이른 여름 휴가를 즐겼다.
휴가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까닭에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제대로 펼쳐지는 게 하나 없었다. 계곡을 찾아 떠났지만 개울 수준의 얕은 수심 탓에 여름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구성되거나 갖춰진 게 없는 가운데 멤버들이 몸으로 때워서 재미를 만들어야 했다.
빛을 발한 것은 억지스러운 상황극을 만들어내는 박명수의 재치였다. 나홀로 삼겹살을 먹으며 누구에게도 권하지 않는 욕심 많은 예능 캐릭터로 웃음을 안겼다. 물놀이를 하면서 카메라에 물이 튈까 걱정하는 유재석에게 “알아서 피해야 한다”라고 독설을 해서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덕분에 맏형이자 춥다면서 물놀이를 꺼리는 박명수를 멤버들이 집중적으로 괴롭히는데 있어서 재미가 높았다. 이미 박명수가 만들어놓은 예능적인 작법에서의 갈등과 화목 따위는 없는 이기적이고 뻔뻔한 박명수의 예능 캐릭터는 이날 괴롭힘을 당해도 그럴 만 했다는 분위기가 되며 웃음 강도가 높았다.
언제나 ‘무한도전’과 박명수는 그랬다. 박명수는 쓸데 없이 욕심을 부리면서 큰 코를 다치는 일이 많았고, 이를 놀려대는 멤버들의 짓궂은 장난이 이어지며 재미가 생겼다.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인데도 언제나 다른 멤버들에게 당하기 일쑤였고, 몸을 쓰는 일에는 제일 먼저 나서야 하는 고단한 상황극이 펼쳐졌다.
올해 47살인 박명수는 이날 역시도 유재석의 채근에 제일 먼저 냉면을 먹으며 무시무시한 물 미끄럼틀을 탔고, 운까지 없어서 정준하와 함께 수중 낙하까지 했다. 언제나처럼 벌칙에 당첨돼 밥값을 계산하며 투덜거리는 모습까지 있었다. 그래도 가학성 논란이나 특정 멤버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지적이 없었다. 이 프로그램이 10년 넘게 방송하며 끈끈한 의리로 굴러가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고 있고, 구박의 대상자가 박명수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갈등을 일으켜 구박과 놀림, 그리고 예능 속 권선징악의 짜릿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박명수의 역할이 유독 눈에 들어왔던 방송인 셈이다.
‘무한도전’이 11년간 방송되며 박명수는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때론 이유 있는 재미를 위한 욕받이였고, 때론 그간의 욕받이 캐릭터가 일으킨 억울한 채찍질이기도 했고, 때론 진짜 사과와 해명이 필요할 만큼 불성실하고 막말을 한다는 지적 속에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멤버들의 또 다른 구박과 지적 속에 사과 혹은 억울한 감정 토로를 했던 박명수. 어느새 익숙해진 ‘미워서 재밌는 예능인 박명수’의 진가가 ‘무한도전’의 재미를 높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