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아마 2016년 상반기 잊지 못할 유행어 중 하나일 듯 싶다. 그 흥행세가 조금은 덜해진 지금까지도 이 대사는 네티즌 사이에서 끊임없이 사용되고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만큼 영화 '곡성'은 국내 영화 시장을 강타했다. '추격자', '황해' 등으로 유명했던 나홍진 감독은 이렇게 또 한 편의 대표작을 탄생시켰고 '장르물의 대가'라는 칭호까지 얻게 됐다.
사실 '곡성'의 흥행을 장담했던 이들을 쉽게 찾아보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곡성'이 개봉되기 전, 시사회 등으로 먼저 영화를 접한 관계자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평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것이 장르물에는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특히나 '곡성'처럼 오컬트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곡성'의 엄청난 흥행은 충무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사건 중 하나였다.
그런 '곡성'을 만들어낸 이십세기폭스 코리아에서도 흥행을 바라보며 놀라워했단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FIP(폭스 인터네셔널 프로덕션)김호성 대표는 폭스 본사의 분위기를 전해주며 본사에서도 '곡성' 흥행에 놀라워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분명 손익분기점은 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놀라워하고 있어요. 하하. 폭스 본사 쪽에서도 놀라워하는 눈치입니다. 이런 장르와 내용이 일반 관객들에게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을 줄은 예상 못했던 겁니다. 때문에 한국 영화 시장의 수준이 높고 성숙하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곡성'은 물론 '아가씨'까지 흥행하면서 한국 제작사들이 다양한 내용을 제작하고 이를 관객들이 다양하게 소비한다는 것에서 성숙된 시장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을 투자해야할 시장이라고 보는 거죠."
'곡성'이 개봉했을 당시, 영화에 대한 논쟁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또 저것은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인가. 심지어는 결말 스포일러까지 주의하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곡성' 자체, 그리고 결말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김호성 대표는 "사실 정해진 엔딩이 있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영화적으로 열린 결말이 더 맞을 것이란 판단 하에 지금 관객들이 만나고 있는 '곡성'의 엔딩을 선택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결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말로 가니까 영화 전체의 성격이 달라지더라고요. '우리 영화는 이러이러해' 이렇게 결말이 다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독과 계속 이야기를 했죠. 열린 결말로 가서 관객들이 보시는 대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요. 그렇게 지금의 영화가 나온 겁니다. 저는 지금의 '곡성'이 더 맞다고 봅니다."
'곡성'의 흥행은 이십세기 폭스 차원에서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간 폭스는 '런닝맨', '슬로우 비디오' 등 한국 영화 제작에 참여했지만 그리 좋은 성과를 얻어내진 못했다. 만약 '곡성'까지 성공하지 못했다면? 폭스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공략을 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게 김호성 대표의 말이었다. 그러나 '곡성'은 성공했고 '곡성'은 콘텐츠 면에서 폭스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곡성'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폭스 측에선 소극적으로 한국 시장을 대했겠죠. 그러나 지금은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될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콘텐츠 회사라는건 작품이 굉장히 큰 자산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곡성'의 흥행은 굉장히 좋은 사례입니다. 단순히 한 편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이 콘텐츠를 어떻게 잘 활용하고 훨씬 큰 시장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거죠.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 '곡성' 리메이크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2편에 계속. / trio88@osen.co.kr
[사진] '곡성'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