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3회 앞둔 '또 오해영' 엔딩에 대한 걱정이 짙다. 촘촘하게 짜여진 각본 속에는 허투루 놓여진 장치가 하나 없고, 뭔가가 자꾸 복선으로 작용되니 가끔 불안한 소재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꾸만 신경이 쓰이게 된다. 15회에 등장한 '백일몽'이란 노래가 딱 그러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 15회에서는 사고 후 죽음이라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발버둥치는 박도경(에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해영(서현진)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등장했다. 바로 첫 회부터 등장했던 도경의 교통사고 장면 속 운전자가 바로 해영의 전 약혼자 한태진(이재윤)이라는 사실. 도경 때문에 회사가 망하고, 여자친구마저 뺏어갔다는 사실은 그간 한태진의 분노로 그려져왔던 만큼, 이같은 전개 역시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전개였다.
차사고 운전자를 알게된 도경은 직접 한태진을 찾아가 "살려만달라"고 용서를 구하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자신이 망하고, 팔과 다리를 가져가도, 살려만 달라고 무릎을 꿇는 도경의 모습은 보는 이를 감동케했다. 100을 온전히 사랑하는 해영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그의 바람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장면.
미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헤어졌던 도경과 해영이 다시 만났고, 진상(김지석)이 했던 녹음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영이 대신했다. 이제 운전자도 알았으니 태진을 잘 설득하면, 미래가 변할 수도 있다. 아니, 아직 도경도 모르는, 사실 태진이 망한게 도경탓이 아닌 동업자 때문이었다는 진실을 태진이 알기만해도 된다.
그런데, 방송 초반 도경과 해영이 함께 들었던 노래가 괜히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과거 6살짜리 도경이 부르고 아버지가 녹음했다던 노래의 제목은 '백일몽'이다. 하필 왜 '한낮에 꾸는 꿈', '헛된 공상'을 뜻하는 '백일몽'일까.
차에 치여 죽음에 이르던 도경의 집념이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실수를 고쳤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현실은 도로에 싸늘하게 누운 채 후회스러운 과거를 되새겨보던 뇌속 상상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 '백일몽'처럼.
물론 종영까지 3회가 남은 '또 오해영'이 여전히 해피엔딩으로 돌아설 여지는 충분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여전히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 물음표로 남겨놓겠다는 박해영 작가가 정해둔 엔딩은 과연 무엇일까. 결과야 어쨌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그려온 촘촘한 완성도가 무너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 gato@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