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이 수면 위로 불거진 가운데 홍상수 감독이 작품을 통해 그려낸 사랑관 또한 주목받고 있다.
즉흥적인 연출력, 독특한 분위기를 띄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세계 속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에게 추근대거나 본인의 지질함을 오롯이 드러내며 등장한다. 보통 영화에서 등장하는 '멋진 남자 주인공'과는 전혀 다르다. 홍 감독의 작품을 단어로 집약하자면 '여자, 영화감독, 지질한 남자'로 가능하다.
영화 '하하하' 속 김상경과 유준상을 시작으로 '북촌방향'의 유준상 김상중이 그렇다. '북촌방향' 속 성준(유준상 분)과 영호(김상중 분)는 각각 영화감독과 교수로 소위 '지성인'으로 불리는 남자들이지만, 작품 속 보여주는 모습은 술집 여인과 하룻밤을 위해 감언이설을 늘어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길까봐 험담을 하는 지질한 남성으로 그려진다. 홍상수 감독이 그리는 남자들의 지질함은 곧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지질함이고 쓴웃음을 짓게 한다.
영화 '다른 나라에서' 또한 마찬가지.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외국인 여성 안느(이자벨 위페르)와 불륜을 저지르는 한국 남자 문수(문성근 분)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부도덕적인 사랑을 위해 시골 바닷마을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문수와 안느.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여인 안느의 등장에 흥분하는 유부남 종수(권해효 분)와 안전요원(유준상 분) 또한 새로운 여자와의 짜릿한 하룻밤을 꿈꾼다.
불륜설이 불거진 여배우 김민희가 출연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도 전작들과 다르지 않다. 영화감독 역의 정재영이 자신의 직업과 위치를 이용해 젊은 여성(김민희)을 꼬시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국 마지막에 그가 유부남이란 사실을 알게되며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남자들이 들키고 싶지 않아하는 지질함에 대해 줄곧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불륜설에 휘말린 상대 김민희가 지질함을 받아주는 여성으로 출연했다는 것, 지질함을 대표하는 남성들의 직업이 대부분 영화감독이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sjy0401@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스틸, '다른나라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