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캐릭터 전쟁이다. 같은 의사, 그것도 두 사람 모두 신경외과 의사지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전혀 다른 색깔의 의학 드라마 두 편이 지난 20일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먼저 승기를 잡은 건 김래원 박신혜 주연의 SBS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로, 첫 방송부터 1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
반면 장혁 박소담 주연의 KBS 2TV '뷰티풀 마인드'(극본 김태희, 연출 모완일)는 4.1%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기록이지만,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뷰티풀 마인드' 역시 '닥터스'와 함께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기 때문. 화제성 역시 좋은 편. 이에 2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뷰티풀 마인드'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두 드라마는 의학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색감이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닥터스'가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나는 휴먼멜로를 표방하고 있는 반면, '뷰티풀 마인드'는 한 치 앞도 예상되지 않는 스릴러물로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기에 두 극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 역시 180도 다른 성격과 활약을 보여준다. 먼저 '닥터스'는 13년 전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이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나 의사가 되는 과정을 3회까지 남아낸다. 그리고 4회부터는 신경외과 의사 선후배가 된 지홍과 혜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간의 가슴 따뜻한 휴먼 멜로를 담아낼 예정이다.
김래원이 맡은 홍지홍은 병원장인 아버지 밑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된 인물. 그가 왜 의사를 그만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예고 영상을 통해 그가 길거리에서 사람을 살리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향후 극 전개를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특히 좋은 기억과 좋은 사람을 만나면 변화될 수 있다는 박신혜의 내레이션 처럼 좋은 의사가 돨 김래원은 이 극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로 손꼽힌다.
이와는 반대로 장혁이 연기하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 이영오는 수술을 내기로 생각하고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냉혈한. 기내에서 의사를 찾는 승무원에게 "여기가 내 직장이냐"고 되물으며 상황을 무시해버리는 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 지금껏 의학 드라마 속에서 투철한 직업관을 보이며 굵은 땀을 흘리던 여느 의사들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또한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위독한 환자를 보고도 확률부터 따지고, 테이블 데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곧바로 사망선고를 했다. 그리고 그는 현석주(윤현민 분)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수술실에 들어갔던 것에 대해 자신의 확률이 맞을지 내기를 했다고 밝혔다. 환자를 살릴 마음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 게다가 그는 방송 말미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 고군분투하는 계진성(박소담 분)의 목을 조르고 메스로 찌르기까지 해 긴장감을 높였다.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고,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의사 캐릭터의 탄생은 '뷰티풀 마인드'의 선전을 기대케 하는 매력 포인트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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