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브로맨스’(brother+romance)로 마음이 훈훈해졌다면, 이번엔 여자들의 불꽃 튀는 신경전 때문에 냉기가 돌 것 같다. 삼각관계, 사각관계를 전면으로 내세운 여러 편의 드라마가 여풍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좋은 대본과 배우들의 차진 연기력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은 ‘라이벌전’ 작품을 꼽아봤다.
■ ‘또 오해영’ 서현진 vs 전혜빈
인기리에 방송중인 tvN 드라마 ‘또 오해영’(2016)에서는 동명이인인 두 여자 오해영이, 박도경(에릭 분)을 놓고 세기의 신경전을 벌였다.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과 결혼을 앞뒀던 도경은 어머니의 반대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해영의 욕심에 상처를 입고 이별을 하게 됐다.
이후 복수심에 이름이 같은 보통 오해영(서현진 분)의 결혼식을 망쳐놨고, 운명처럼 그녀와 엮이게 됐다. 몇 년 후에 나타난 예쁜 오해영은 도경에게 당시의 진심을 밝히고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혔으나 이미 도경은 보통 오해영에게 빠져 있다. 그러나 향후 도경의 죽음이 암시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시크릿 가든’ 하지원 vs 김사랑
2010년 방송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하지원과 김사랑이 세기의 라이벌로 등장했다. ‘시크릿 가든’은 무술감독을 꿈꾸는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과 재벌가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 분)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다.
라임은 액션스쿨 스턴트우먼으로서 솔선수범하고 용감무쌍할 뿐만 아니라 연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있다는 말을 더 좋아하는데, CF감독 윤슬(김사랑 분) 앞에서는 경쟁심이 불타올랐다. 찜질방에서 몸매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앙숙 지간으로 팽팽한 대결을 펼치며 드라마의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 ‘온에어’ 송윤아 vs 김하늘
2008년 방송된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는 송윤아와 김하늘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대결을 벌였다. 소위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스타작가 서영은(송윤아 분)과 ‘국민요정’이자 ‘한류여신’으로 불리는 톱 배우 오승아(김하늘 분)가 피 튀기는 신경전을 벌여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승아는 영아와 공동수상을 거부하며 시상식장을 떠났고, 이경민 PD(박용하 분)가 승아를 잡으러 갔지만 연예기획사 장기준 대표(이범수 분)에 의해 막혔다. 스타와 매니저, 방송 작가와 PD 등 네 사람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연예업계를 속도감 있게 이끌었다. 네 사람이 사각관계로 얽히면서 ‘온에어’를 수목극 시청률 정상으로 이끌었다.
■ ‘내 이름은 김삼순’ 김선아 vs 정려원
2005년 방송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와 정려원도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늘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촌스러운 이름, 뚱뚱한 몸매, 못생긴 얼굴이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파티시에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김선아 분). 삼순은 레스토랑 사장 현진헌(현빈 분)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의 옛 여자친구 유희진(정려원 분)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희진은 진언을 잊지 못해 자주 안부전화를 걸었고 삼순은 그녀에게 다시는 전화를 하지 말라고 세차게 밀어냈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희진이 마음을 접을 수 있게 도운 것. 가진 것 없지만 모든 것을 내주는 삼순의 사랑을 통해 조건보다 진심이 소중한 가치임을 일깨워줬다. 이 드라마에서 사각관계를 만들었던 주인공 김선아, 현빈, 정려원, 다니엘 헤니는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purplish@osen.co.kr
[사진] OSEN 그래픽팀·tvN·SBS·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