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의 서현진은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하곤 한다. 이를테면 늘상 다른 부서 사람들의 심심풀이 땅콩 신세를 면치 못하는 그를 같은 부서 동료들이 역성 들어 준다든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치이면 친구가 대신 화를 내 주는 식이다. 그러나 그에게 없는 듯 있는 인복보다 앞선 것은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지난 21일 방송된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 분)은 수없는 우여곡절에도 박도경(에릭 분)과의 달달한 연애를 이어갔다. 남자친구 박도경의 존재 만으로도 오해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출근길에 태워 줄테니 10분 더 자라고 말해 준다거나 회사 책상에 몰래 꽃을 놔 두고 사라지는 깜찍한 짓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모님도 그 역사를 꿰고 있을 정도로 요란한 연애를 펼친 딸이 행복한 얼굴을, 엄마는 힘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황덕이(김미경 분)는 애인과 먹을 도시락을 싸겠다며 부엌을 들쑤시는 오해영을 보며 되뇌였다. 1985년 5월 22일, 이 동네에 아이가 하나 태어났다고. 성은 ‘미’에 이름은 ‘친년’이. 깡통이 불쌍하다며 차마 버리지 못하고 주워서 들어 오는 친년이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다가도 그 마음이 예뻤다고 오해영의 어릴적을 회상했다.
다정도 병이었던 친년이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마다 간이며 쓸개며 다 빼줬다. 조용히 연애한 적이라곤 없는 친년이를 볼 때마다 엄마는 그리도 슬펐단다. 그러나 엄마는 그딴 짓 하지 말라고 잡아 채서 주저 앉히는 사람 보다 응원하는 사람이 돼 주면 덜 슬플 것 같아 친년이 옆을 꿋꿋이 지켰다고, 도시락을 싸는 친년이 앞에 우엉을 사다 던져 주며 고백하듯이 생각했다. 아빠 오경수(이한위 분) 역시 묵묵히 딸 애인이 먹을 도시락 싸기를 도우며 같은 생각을 했을 터다.
‘친년이’ 오해영 부모님의 내리사랑은 이미 증명이 되고도 남았다. 딸이 실연을 당할 때마다 술벗을 해 주는 것은 물론 목이 쉬도록 광란의 노래방 친구부터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산책 동무가 돼 줬다. 상스런 욕을 서슴지 않고 가끔은 머리며 등짝을 후려치는 데다가 집에서 내쫓기까지 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눈에 밟혀 몰래 먼 발치를 기웃거렸던 부모의 마음은 상처 받은 오해영보다 더 짠했다.
결혼이 필수 과제인 이 나라에서 딸에게 그냥 엄마 아빠랑 같이 살자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이 극진한 내리사랑에서 나왔다.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다 필요 없으니 행복만 하자던 부모님의 응원 방식은 박도경을 향해 “얘 너 가져”라고 말할 만큼 변해 있었다. 어떤 인복보다도 더 값진 인연, 지금 오해영이 느끼는 행복은 부모님에게 대부분을 빚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오해영은 지금보다 더 가열차게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