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멋있는 의사들이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KBS 2TV ‘뷰티풀 마인드’와 SBS ‘닥터스’가 주인공.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의사가 주인공인 공통점이 있는 드라마가 월화드라마 대전에 출전했다. 전문직이자 생명을 구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의학 드라마. 의학 드라마는 웬만해서는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신화가 있을 정도다. 의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인데다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다루기에 좋아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으로 많이 선호받고 있다.
# ‘하얀거탑’, 의사가 사랑하는 이야기? 그 틀을 깨부수다
우리나라 의학 드라마의 경우 다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러브라인’이 가동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의사들이 사랑하는 드라마가 한국판 의학 드라마였다. 허나 2007년 MBC에서 방영된 ‘하얀거탑’은 달랐다. ‘하얀거탑’은 병원을 권력 싸움의 장으로 보며 의사를 권력 욕망을 가진 하나의 조직 구성원으로 다뤘다.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자 발버둥을 치는 천재 의사 장준혁(김명민 분)과 도덕 교과서에서 나올 듯한 비현실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 오히려 민폐가 되는 최도영(이선균 분)의 갈등은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선한 인물이 오히려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로 김명민은 ‘연기 천재’ 수식어를 들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 휴먼멜로 의학드라마의 정석, ‘외과의사 봉달희’
2007년 SBS에 방영한 이 드라마는 이범수와 이요원이 주연을 맡았다. 이범수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후배 의사들을 독려하고,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안중근 역을 맡았다. 봉달희(이요원 분)의 성장과 달희와 중근의 설레는 사랑을 다뤘던 ‘외과의사 봉달희’는 한국형 의학드라마의 정석이었다. 의사들의 성장과 병원 내 달달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던 드라마였던 것. 당시 미국 드라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의학 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가 인기였는데 ‘외과의사 봉달희’가 ‘그레이 아나토미’처럼 회차별로 환자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가 펼쳐지며 호평을 받았다.
# 의사가 정말 멋있었다, ‘뉴하트’
2007년은 유독 의학 드라마가 많았다. MBC ‘뉴하트’는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를 잇는 인기 의학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 역시 의사들의 일과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 최강국 역의 조재현은 이 시대 진정한 리더로서 각광받았고 아직 성장해야 할 몫이 많은 이은성(지성 분)과 남혜석(김민정 분)의 고군분투가 감동을 안겼다. 의사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울컥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던 이 드라마의 묘미는 남녀 주인공의 설레는 로맨스. 병원 내 사랑을 대놓고 다루며 뻔하지만 흥미로웠다.
# 신하균의 카리스마가 다했다, ‘브레인’
‘브레인’은 초반 인기가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2011년 방영된 이 드라마는 신하균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드라마.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진 의사 이강훈(신하균 분)의 처절한 병원 내 권력 싸움을 담았다.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보다는 ‘하얀거탑’에 가까운 드라마였다. 병원내 권력다툼과 다양한 군상을 통해 우리 인생을 볼 수 있었고, ‘하균신’이라는 별명이 있는 신하균의 다채로우면서도 몰입도 있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 진정한 리더를 보았다, ‘골든타임’
2012년에 안방극장을 찾은 MBC ‘골든타임’은 당시 주연급 배우가 아니었던 이성민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드라마였다. 증증외상 전문의사들을 다뤘던 이 드라마는 참된 리더에 감동 받는 드라마였다. 이민우(이선균 분)를 진정한 의사로 만드는 최인혁(이성민 분)의 올곧은 가치관, 그리고 병원 내 권력구도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이 드라마는 로맨스가 없고 민우와 인혁의 선후배 관계의 ‘브로맨스’가 있었는데 병원에서 사랑을 하지 않아도 휴먼 의학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