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절이다. 더불어 공포영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여기서 다루려고 하는 것은 흔히 '귀신'으로 상징되는 공포물은 아니다. 어쩌면 귀신보다 더 무서운 극한의 잔혹을 보여주는, 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무서움을 끌어올리는 공포영화 다섯 편을 꼽아봤다.
-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
파스칼 로지에 감독. 웬만한 강심장을 갖고 있는 않으면 보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하는 작품. 잔혹한 테마를 주제로 하는 고어영화(gore movie)의 최고봉으로도 불린다. 탈출에 대한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와 이미지는 공포 이상의 여운이 있다. 어린 시절 이유 없이 정체불명의 사람들로부터 학대 받은 소녀의 고통과 복수극을 다른 작품. 죽어도 눈빛이 살아있는 순교자를 만드는 사람들의 광기에 보는 사람의 멘탈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
- 세르비안 필름(2010)
스르쟌 스파소예비치 감독. 정신적 충격이 장난 아니라고 호소하는 관객들이 꽤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며칠째 잠을 못잤다는 등, 악몽에 시달린다는 등, 공포영화를 끊었다는 등의 반응도. 한물간 스타가 큰 돈을 벌기 위해 ‘예술적’ 포르노 영화 출연제의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영화촬영장 분위기와 내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촬영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만,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기억을 잃게 되고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점점 파멸의 길로 치닫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고 화제작이자 논쟁작이었고 고어무비 이상의 충격적인 작품이란 평을 얻었다. 하지만 단순히 선정적인 영화란 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자국에 만연한 포르노 산업을 통렬하게 비판한하며 세르비아의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불안 상태를 드러낸다.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묘사는 더욱 설득력을 더한다. 영화의 포르노 사업을 통해 한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재의 사회구조를 폭로한다고도 볼 수 있다.
- 호스텔(2005)
쿠엔틴 타란티노가 총제작을 맡고 영화 '케빈 피버'로 데뷔한 일라이 로스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 동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간 주인공들이 우연히 머물게 된 호스텔에서 끔찍한 함정에 빠져든다는 내용의 작품으로 당시 전세계를 열광시켰던 이른바 난도질 영화다. 그 해 동시기 개봉한 블록버스터들을 밀어내고 미국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하드고어 호러영화팬들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관객을 끌어들일 만큼의 지능적인 면모로 사랑받았다.
- 쏘우(2004)
제임스 완 감독. 낯선 지하실, 쇠사슬로 묶인 채로 깨어난 두 남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8시간. 다른 한 명을 죽이지 않으면 둘 다 목숨을 잃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운 영화다. '쏘우'는 지난 2004년 개봉된 이후 2010년까지 7편의 시리즈를 이어 온 나름 장수 프랜차이즈다. 처음에는 전세계 관객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준 인기 호러물이었지만 시리즈가 더할수록 초심을 잃었다는 혹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저예산 고소득의 신화 시리즈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직쏘가 등장한다는 전언. 새 시리즈는 라이온스게이트에서 제작, 2017년 개봉 예정이다.
- 악마를 보았다(2010)
김지운 감독. 국내 하드고어 고문영화에서는 이 작품을 따라갈 수 없다. 해외 유명 화제작들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영화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작품. 살인마에게 약혼녀를 잃은 국정원 소속의 베테랑 요인 경호요원이 범인임을 알아낸 후 죽을 만큼의 고통만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처절한 응징을 시작한다. 그러나 악마보다 더 악랄한 살인마는 난생 처음 만난 대등한 적수의 출현을 즐기며 반격에 나서기 시작한다. 영화가 완성된 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제한상영가를 받았고, 제작사는 수정을 거듭한 뒤 세 번 만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아 가까스로 개봉이 이뤘졌던 바다. / nyc@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