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곡, 그까이꺼'
아마추어의 실력에 놀란 것도 잠시, 출연하자마자 도전자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그런데 다짜고짜 아이오아이의 '픽미'를 부르란다. 알앤비 감성 보컬의 '끝판왕' 윤민수에게 말이다.
22일 방송된 SBS '신의 목소리'에 윤민수가 나오자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믿고 듣는 보컬의 소유자이자 음악 예능 1인자인 윤민수이기 가능했던 일.
하지만 기쁨도 잠시, 윤민수는 막강한 도전자와 맞서게 됐다. SBS 'K팝스타'에 출연한 이력도 있는 김연서가 주인공. 달콤한 목소리의 김연서는 자신과 전혀 다른 보컬리스트인 윤민수를 택했다.
경연곡 후보는 독했다. 씨스타의 '터치 마이 보디',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샤이니의 '줄리엣', 아이오아이의 '픽미' 리스트를 보자마자 윤민수는 좌절했다. '벌써 일년'을 제외한 세 곡이 아이돌 댄스곡이었기 때문.
가장 최악의 선곡이 이뤄졌다. 윤민수는 김연서가 가리킨 '픽미'를 불러야했다. 30분간 편곡과 연습을 마친 뒤 경연 무대에 올라야 했는데 천하의 윤민수라도 '픽미'는 까다로운 노래였다.
그는 원곡을 180도 비틀어서 감성적인 편곡으로 바꿨다. 덕분에 무대에서 색다른 '픽미'가 탄생했다. 소녀스러운 가사는 그대로였지만 윤민수의 호소력 짙은 보컬에 환상적인 알앤비 애드리브까지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흥겨운 댄스곡 '픽미'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슬픈 '픽미'는 듣는 이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덕분에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윤민수는 프로다운 팬서비스까지 더해 113표를 얻어 도전자를 가뿐히 눌렀다.
그동안 윤민수는 MBC '나는 가수다',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음악 경연 예능에서 훨훨 날아다녔다. '어머님께', '빗속의 여인', '꽃피는 밤이 오면', '그리움만 쌓이네', '옛사랑', '제발' 등 다채로운 선곡으로 리스너들을 만족시켰다.
이제는 아이돌 음악, 심지어 걸그룹 노래까지 섭렵한 그다. 이쯤 되니 윤민수에게 선곡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어떤 노래든 200%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프로 뮤지션인 이유에서다.
첫 출연과 동시에 1승을 따낸 윤민수가 '신의 목소리'에서 앞으로 어떤 무대를 꾸미게 될지 궁금해진다. '갓민수'의 진가가 MBC, KBS를 넘어 SBS에도 통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신의 목소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