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당기기가 연애 트렌드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일부러 문자 메시지를 늦게 확인하고 답장은 더 늦게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상대의 마음을 애타게 만들어서 더욱 자신에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연애 기술 중 하나로 불리던 때가 말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마음을 깨달았으면,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꽁꽁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보단 드러내고 아끼지 말고 가자는 ‘직진 로맨스’가 환영 받는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 9회에서는 제수호(류준열 분)가 심보늬(황정음 분)에게 “가지말아요. 옆에 있어요”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 커플, 원래 빨랐다. 2회(5월 26일 방송)에서는 비록 술김이었지만 입술을 맞췄고, 3회(6월 1일 방송)에서는 보늬가 수호에게 “사귀자”고 돌직구 고백을 던졌다. 곧바로 5회(6월 8일 방송)부터는 수호가 보늬 앓이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늘 이성적인 사고를 최우선시하던 수호는 미신을 맹신하는 보늬를 처음에는 ‘버그’처럼 여겼지만 점차 그녀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부터다. 이어 자신을 미신을 위한 재물로만 생각했던 것으로 오해,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호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위기에 처한 보늬를 구하고 그녀의 과거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수호천사의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9회에서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보늬에게 털어놨다. 과거 아버지로부터 물에 빠지면서 수호는 물이라면 질색하게 됐다. 해산물도 입에 대지 않았다. 이를 보늬에게 모두 털어놨다. 직원들의 장난에 물에 빠진 직후에도 트라우마가 있음을 알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아, 주변인들에게 모두 털어놓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어려운 말도 보늬 앞에서는 술술 털어놓게 되는 것. 인간 대 인간으로 신뢰하고 또 애정을 품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여기에 물에 빠진 후 앓아누운 수호를 보늬가 간호했다. 그녀는 직원들 앞에서 수호를 못된 성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신경 쓰며 착한 사람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던 바. 수호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보늬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말아요. 옆에 있어요.” 한 마디도 덧붙였다.
마음을 깨닫고 나니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밀당’ 따윈 모르는 수호와 보늬의 무공해 직진 로맨스에 안방도 ‘힐링’ 에너지로 채워지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운빨로맨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