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이라는 제목만으로도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대한민국 대표 연출가,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허진호이기에 가능한' 작품들을 통해 많은 관객들의 가슴에 잊지 못할 명장면을 선사한바 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특유의 영상미와 담담한 듯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 변화까지 세밀하게 담아내는 데에 탁월함을 보인 연출력은 그를 대체될 수 없는 감독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4년 만에 관객들과의 만남을 알린 허진호 감독의 컴백은 더욱 기대를 자아낸다.
허진호 감독이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 속에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 바로 '덕혜옹주'. 영화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황실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일제와 친일파의 정치적 도구가 되어 만 13세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덕혜옹주는 그 시대의 슬픈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덕혜옹주의 삶이 캐릭터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허진호 감독의 영상 속에서 다시 그려진다는 소식은 기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허진호 감독은 수년 전,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1962년 귀국한 덕혜옹주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허진호 감독은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된 덕혜옹주라는 인물을 그린 동명의 소설을 보고 소설 속 인물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화하기로 결심했고, 이와 더불어 실제 조선 독립군들이 의친왕 등 왕족을 망명시키려 했던 시도에 대한 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기존 소설의 스토리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고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원작 자체가 워낙 섬세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 감정선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영화적인 스토리 라인과의 조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라며 소설은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다루며 결혼 생활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반면, 영화에서는 일본에서 있었던 독립군들의 왕족 상해 망명 시도 등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영화적 사건들을 가미해 재미를 더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그의 2005년 연출작 '외출'의 여주인공으로 함께 했던 배우 손예진이 ‘덕혜옹주’ 역을 맡게 되면서 이루어진 허진호 감독과의 재회는 캐스팅 때부터 화제를 모은바 있다. 이에 손예진은 “10여년 만에 '덕혜옹주'라는 엄청난 영화로 감독님과 다시 만나게 됐다. 작업 내내 감독님과는 여러 면에서 잘 맞아 좋았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오는 8월 개봉. / nyc@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