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딸’이라고 들어는 봤나. 경기도 내 버스를 타면 한번쯤은 보게 되는 홍보 영상 속 귀여운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던 인물, 래퍼 키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제는 ‘경기도의 딸’도 키썸도 아닌, 스물네 살 조혜령으로 돌아가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키썸은 23일 미니 앨범 ‘Muzik'을 발매하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키썸이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앨범으로, 그야말로 스물네 살 조혜령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키썸은 OSEN과 만나 이번 앨범에 대해 직접 소개하고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이번에 전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작곡은 처음이라 애착이 간다. 영감을 얻는 방법? 얼마전에 ‘맥주 두 잔’이라는 노래가 나오지 않았냐. 맥주를 좋아하는데, 몇 잔 하다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떠오른다. 주량은 소주는 잘 못 먹고 맥주는 그냥 즐기면서 마시면 3000CC 정도 마신다.”
키썸이 직접 생각하고 적었다는 수록곡 소개 중 눈에 띈 것은 다섯 번째 트랙 ‘커버 업(Cover Up)’의 “이 노래 듣고 연락 왔으면 좋겠다”라는 멘트. 발칙하면서도 보는 이가 설레는 이 멘트에 담긴 뜻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로 ‘cover up’이 감추다라는 뜻이다. 이 노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그린 노래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 사람도 느끼고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 ‘커버 업’ 뿐만 아니라 이번 수록곡 전부 다 경험담이다. 스물 네 살의 조혜령의 현재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애착이 가는 앨범이다. 이렇게 뭔가 열정을 갖고 사랑하면서 한 일은 처음이다. 남들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기를 음악으로 써보자 생각해서 썼는데 너무 마음에 쏙 든다.”
사실 키썸은 실력보다 외모로 먼저 주목받고 많이 알려진 가수다. 연예인으로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지만, 열정을 갖고 내놓은 결과물이 외모로 가려진다는 것은 다소 씁씁할 수밖에 없을 터.
“데뷔 전까지는 외모로 주목받을지 몰랐다. 내가 예쁜 건 아닌데,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까불고 소년 같고 그런 반전 매력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이젠 실력으로도 인정받고 싶어서 이렇게 앨범의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번 앨범은 내 감정이나 살아왔던 이야기 등 정말 모든 게 다 담겨있는 것 같다.”
외모 외에도 키썸을 나타내는 키워드 중 눈에 띄는 것은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 온갖 디스가 오가는 ‘센 언니’들 사이에서 순둥이 같은 키썸의 해맑음은 절로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한 지 어느 덧 1년이 훌쩍 넘은 현재, 키썸에게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프로그램들이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다. 분명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경험이지만, 사실 두 번은 나가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든 거 같다. 언니들 때문에 힘든 건 아니었고 경쟁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들이 너무 힘들었다. 디스해 본 적이 없는데 시키면 ‘어떻게 하지. 도망갈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도망간 적은 없다. 결국엔 다 하게 되더라. 가사를 좀 더 많이 외우고 더 많이 써놓을 걸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키썸은 콜라보를 많이 하는 래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가수 유성은의 신곡 ‘질투’에 듀엣으로 참여, 함께 무대에도 오르며 깜찍한 매력을 뽐내 호평 받은 바 있다. 이러한 키썸에게도 나중에 꼭 콜라보를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고.
“바버렛츠 분들이랑 콜라보를 해보고 싶다. 또 제일 친한 래퍼 헤이즈 언니랑도 콜라보를 하자고 한 적이 있다. 헤이즈 언니는 ‘하자’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구체적으로 말한 적 없다. 언젠가 꼭 했으면 좋겠다.”
전곡 작사·작곡 참여로 ‘자식 같다’라고 표현한 바 있는 이번 미니 앨범은 분명 키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키썸은 이번 활동을 통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것들을 이루게 될까.
“이 앨범이 잘 됐으면 좋겠다. 잘 된다는 의미가 순위가 높은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생활 속에서 들었으면 좋겠다. 또 단독 공연도 하고 싶다. 소규모라도 좋으니까 이번 년도 안에 꼭 해보고 싶다. 사실 많은 사랑을 받으면 감사드리고 행복하겠지만 청자 입장에서 공감하고 같이 즐겨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가수라면 이름 앞에 어떠한 수식어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이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언급될 수도 있고, 어쩌면 평생을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키썸이 직접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 어떤 것일까.
“뭔가 독보적인 색깔이 있는 아티스트, 키썸이 되고 싶다. 보라색을 되게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데 예전에는 많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 묘한 매력이 있어서 좋아했다. 흔한 색깔도 아니지만 그 보라색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그런 색깔을 가지고 싶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