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주인공 도경(에릭)의 사고와 죽음에 대한 암시를 작품 초반부터 쏟아낸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런 이유로 행복의 정점에 이를 때마다, 도경도, 시청자도 자꾸 불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도 지녔다.
도경이 보아온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는, '설마 도경이 죽겠어'라는 생각이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엔딩에서 느닷없이, 결국 미래를 바꾸지 못한 도경이 허망하게 숨을 거둔다면 시청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해피 엔딩이 무조건적인 정답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분위기에서 도경이 쏟아붓고 있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이제 막 겨우 행복한 첫걸음을 내디디려는 도경과 해영(서현진)의 앞에 또 다시 잔혹한 결과물을 얹어놓는 것을 본다면 시청자 마음이 편할리 없다.
시청률은 10%에 육박했고, 그 수치가 케이블드라마, 월화 평일 밤 11시 편성이라는 점까지 감안했을 때, 신드롬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시청자들은 이미 도경이든, 해영이든에 자신을 몰입해 두 사람의 행복을 빌고 있는 상황 아니던가.
펜대를 쥐고 있던 '또 오해영' 박해영 작가는 어떤 식으로든 여론에 현혹되지 않았다. 지난 22일 최종회인 18회 원고를 탈고한 박 작가는, 당초 기획부터 염두에 뒀던 '그 엔딩'으로 끝을 맺었음을 거듭 전했다. 해당 엔딩은 오는 28일 '또 오해영' 18회 본방송 끝자락에서나 확인 가능할 전망. 해피든, 새드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그게 최선이었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또 오해영'이 방영되는 채널 tvN 측 관계자의 입장은 참으로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앞서 2009년 방송됐던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경우, 주인공들의 교통사고 죽음 엔딩이라는 참혹한 결과로 패닉을 겪게 된 수많은 시청자들이 방송국 전화 항의는 물론, 게시판을 비롯해 주요 포털 게시판을 테러하며 제작진에 항의와 불만을 쏟아냈던 바 있다. '지붕킥 결말 후유증'으로도 불렸던 당시의 상황은, 불만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시청자가 속출했던 터.
멀리 보지 않더라도, 올해 초 방영된 '치즈인더트랩'의 경우도 초중반 인기가 후반부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열린 엔딩에 있어서 호응을 얻지 못한채 종영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이는 엔딩 뿐만 아니라 원작 캐릭터의 훼손, 작품의 매끄럽지 못한 전개, 원작자와의 마찰, 스태프로 추정되는 이의 비난글 등이 도화선이 되긴 했다.
종영을 단 2회 남겨둔 '또 오해영'은 현재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2회 연장마저도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낸 상황. tvN 월화드라마의 역사를 새롭게 썼고, 본 적 없는 신드롬을 일궈냈으며, 열연을 펼친 에릭, 서현진, 이재윤, 전혜빈 등을 비롯해 조연배우들까지 모두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때문에 혹 지나치게 충격적인 새드엔딩으로 지금의 분위기가 180도 반전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해영의 곁에서 행복한 도경이 느끼는 불안감처럼, 인간은 늘 행복할 때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불행을 걱정하는 법이니깐.
그렇지만 정작 실제 tvN 관계자는 '또 오해영'의 '엔딩'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함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격적인 엔딩으로 항의를 받는 것은 싫은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칠 수도 없다는 이야기.
한 tvN 관계자는 OSEN에 "엔딩에 대한 발언은 시청자에겐 자칫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해피면 좋겠다', '새드면 좋겠다' 등의 발언을 일단은 공식적으로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어쨌든 후사(?)를 위해 꽉 닫힌 해피엔딩을 바라는 tvN 관계자다. / gato@osen.co.kr
[사진] '지붕뚫고 하이킥', '또 오해영' 캡처,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