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리더이자 래퍼에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음원 깡패’가 된 지코가 후배 I.O.I에게 특급 ‘꽃길’을 선사했다.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진 곡에는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담겨져 있었다.
지코는 지난 24일 방송된 KBS 2TV ‘어서옵SHOW’에서 재능 기부자로 등장했다. 호스트 노홍철은 나이 스물 다섯에 약 100곡의 노래를 만든 천재 프로듀서로 그를 소개했고, 지코 역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코가 이날 기부하기로 한 재능은 즉석 프로듀싱. 그는 녹화 현장에서 받은 키워드만으로 작사부터 작곡까지 즉흥적으로 해 내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초반에는 다소 미심쩍었던 그의 도전은 이내 신뢰로 바뀌었다.
지코는 해당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네티즌들로부터 ‘취업’, ‘꿈’, ‘갓지코’ 등의 단어를 제시받았다. 그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바로 화이트보드에 가사를 써내려가더니 곧 기타리스트와 함께 코드를 잡기 시작했다. 지코의 콧노래 만으로 레게 버전과 컨트리 버전의 짤막한 노래가 완성되자 보는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지코 앞에 가요계 후배 I.O.I의 김세정과 정채연이 의뢰인으로 나섰다. 두 사람은 지코에게 각자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편지를 읽어 주며 이 내용을 바탕으로 ‘인생송’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여유로웠던 지코도 본격적 의뢰에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타리스트와 전문 용어를 쉴 새 없이 주고 받으며 곡을 만들어 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김세정과 정채연 역시 “멋있다”를 연발하며 프로 뮤지션 지코를 극찬했다. 놀라운 진행 속도에 옆방 경쟁자들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멜로디다”라며 견제를 이어갈 정도.
지코는 김세정과 정채연의 인생송 제목을 ‘꽃길’로 정했다. 짧은 멜로디와 가사를 맛보기로 보여주자마자 의뢰인들은 격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 노래를 직접 부르게 된 두 사람의 음정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코칭하는 모습은 일하는 남자의 섹시함을 유감없이 드러낸 대목이었다.
채 30분도 되지 않아 곡은 완성됐다. 의뢰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곡에 정채연의 담백한 목소리와 김세정의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어우러지자 재능 판매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1차 주문의 1등은 지코에게 돌아갔고, 사상 최대 주문 문자수를 기록하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이날 지코는 뛰어난 프로듀싱 실력도 뽐냈지만, 그보다 더 돋보였던 것은 풍부한 공감 능력이었다. 같은 연습생 시절을 거치고 힘겹게 데뷔한 I.O.I의 사연은 지코의 손을 거쳐 정제된 표현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를 통해 어머니를 향한 김세정과 정채연의 마음은 더욱 절절히 듣는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누가 언제 말해도 눈물이 먼저 솟는 어머니 이야기를 너무 쳐지지 않게 만든 센스도 빛났다. 지코의 ‘인생송’을 차지하게 될 행운의 주인공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어서옵SHO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