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자 고두심에겐 연기 스킬이 필요 없다. 느낀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그 자체가 명품 연기가 된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본 후배 연기자들이 하나 같이 극찬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4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이하 디마프)는 새드 엔딩을 암시했다. 조희자(김혜자 분)와 장난희(고두심 분)의 건강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많았다.
밤마다 몽유병처럼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성당에 다녀오던 희자는 결국 치매 판정을 받았다. 낮에는 그나마 정상이었는데, 이제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줄곧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희자는 베개를 업고 한강대교를 걷기도 했다.
건강을 자부하던 짬뽕집 사장 난희는 간에서 비롯된 악성종양이 이미 곳곳에 퍼져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평소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그녀는 딸 박완(고현정 분)에게도 말하지 못해 슬픔이 배가됐다.
세월은 속일 수 없다지만 그녀들의 연기는 늙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강력해진 에너지로 안방극장에 감동 폭탄을 터뜨렸다. 김혜자와 고두심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짠해졌다가 즐겁기를 반복하며 금세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그게 바로 켜켜이 쌓인 내공의 힘일 터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기교가 별로 없는 드라마다. 주름살이 가득한 노인들도 똑같은 청춘이고, 누구나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잔잔하게 전달한다. 이 두 대배우의 대사 하나, 표정만으로도 압도돼 버렸다./ purplish@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