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게맛을 알아?”
배우 신구에게 수많은 작품과 유행어가 있지만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광고에서 발췌한 대사다. 이 광고에서 그의 말투는 변주를 넘어 코믹의 극치를 달렸다. 무지막지한 표정으로 입심을 과시했던 그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선 황혼에 선 할배로 변신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 광고 속 귀여운 매력이 극대화된 ‘할배’ 신구가 아니라 꼬장꼬장하고 고지식한 ‘꼰대’가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도 고집불통이던 할배가 차츰 달라지고 있다. 젊은 시절 내내 아내를 구박하고 멸시했는데, 이제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달리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이하 디마프)에서 아내 문정아(나문희 분)에게 살갑게 대하는 김석균(신구 분)의 행동이 돋보였다. 이날 석균은 직접 된장찌개를 끓여 정아의 집을 찾아갔다.
앞서 정아는 석균과의 결혼 생활에 지쳐 황혼이혼을 선언했다. 여행가자는 꿈도 짓밟혔고, 집까지 동생들에게 선물한 남편의 유별한 형제애에 두 손 두 발 들고 만 것이다. 정아는 홧김에 절친 조희자(김혜자 분)의 집을 오가며 살다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작은 집 하나를 마련했다.
석균은 그런 아내에게 “너가 뭐가 그렇게 잘났냐”고 소리쳤지만, 배가 아프다는 아내의 말을 무시해 유산됐던 과거를 생각하고 후회와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그 날 이후 가정적인 남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앞으로 달달한 남편의 수준까지 올라갈지 기대된다.
신구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무게감을 실어준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카리스마를 유지하고 있는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집중력을 발휘해낸다. 그의 현란한 말투와 다양한 표정 연기에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압도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