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바다’라고 부른다.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에서 가수 바다와 일반인 파트너 이원갑이 결성한 듀오를 부르는 말이다. 이름 한 번 잘 지었다 싶었다. 실력도 호흡도 말 그대로 갑(甲)이다. 비록 아쉽게 하차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다채로운 무대는 영원히 레전드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바다는 지난 10일 ‘듀엣가요제’에 첫 출연했다. 당시 이원갑과 팀을 결성해 이름을 ‘갑바다’로 지었다. 각자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즉석에서 선보였던 짧은 노래만으로도 뛰어난 성량이 꼭 닮은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1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3주 동안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두 번이나 ‘다시 보고 싶은 듀엣’으로 선정되면서 계속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이들의 인기 요인으로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것 같은 호흡과 무대마다 확 달라진 선곡과 분위기가 있다. 이를 두고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9연승을 달성했던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과감하고 다양했던 선곡이 떠오른다고 하면 과언일까.
이들의 첫 선곡은 정수라의 ‘환희’. 보다 더 강렬한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시작을 알리듯 산뜻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왠지 반전처럼 다가온 두 사람의 무대에 패널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 출연부터 점수도 ‘매드’급이었다. 무려 443표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다음은 한 편의 웅장한 뮤지컬을 보는 듯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이의 꿈’을 선곡해 전주부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의상도 블랙 앤 화이트로 맞춰입고, 마치 악마와 천사의 속삭임처럼 노래를 뱉어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무대를 보여주겠다”던 바다의 말이 딱 들어맞는 두 번째 무대였다.
마지막은 애틋했다. MC 백지영의 곡인 ‘총 맞은 것처럼’을 선곡한 것. 헤어진 연인을 표현하듯 초반에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노래하다 마지막이 돼서야 서로 마주보고 애절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에 첫 순서 점수로는 역대 최고점인 438표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늘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준 바다와 이원갑 팀이 있어 더욱 풍부한 경연이 될 수 있었고 시청자들도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듀엣가요제' 캡처.